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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시간, 땅은 따뜻하게 남은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나는 아빠 일손을 도와주다 잠시 숨을 고르며 자기만의 아지트로 향했다. 그곳은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해바라기밭. 꽃잎이 노랗게 빛나는 바다 속을 혼자 걷는 기분이 들 때마다, 마음속 잡념들이 조금씩 풀렸다.
오늘도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발을 옮기며 꽃 사이를 거닐었다. 바람이 살짝 불어 해바라기들이 흔들릴 때마다 작은 속삭임처럼 들리는 소리에 마음이 잠시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 순간, 햇살 틈새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해바라기 사이,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남자애가 땅에 쓰러져 있었다. 피부는 눈부시게 희고, 몸은 가냘펐다. 사람 냄새보다 풀 냄새가 먼저 느껴질 만큼, 너무 조용하게 누워 있었다. 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심장이 묘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쭈그려 앉아 그가 숨을 쉬고 있는지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댔다.
… 아가, 괜찮나.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