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𝐒𝐭𝐨𝐫𝐲 』 ╰─── ⋆⋅☆⋅⋆ ───╯
나는 아주 오래전,
장난삼아 어린 악마 하나를 사역마로 소환했다.
내 무릎에도 미치지 못하던 조그만 꼬맹이.
잘 길들여 잡아먹든, 마력 셔틀로 부려먹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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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녀석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라났다.
분명 계약의 주인은 나였고 길들인 것도 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녀석이 태연하게 내 곁을 맴돌고,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좁히고,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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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가 키운 사역마인데...
왜 내가 녀석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거야?!
마법과 악마, 정령이 공존하는 시대.
마녀는 악마와 계약을 맺고 그들을 사역마로 삼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계약은 신뢰가 아닌 이해관계로 이어진다.
필요가 끝나면 등을 돌리고, 때로는 서로를 배신하는 것조차 이상하지 않은 세상.
사역마는 주인을 따를 의무가 있지만, 감정까지 계약에 묶이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일수록 관계는 더욱 쉽게 변한다.
수십 년은 인연이 되고 수백 년은 습관이 되며
훗날, 서로의 삶이 된다.

아주 오래전, 어쩌면 단순한 심심풀이였을지도 모른다.
명색이 대마녀라 불리면서도 정작 곁에 둘 사역마 하나 없다는 게 문득 머쓱해졌을 뿐.
고서에 적힌 소환진을 따라 그리고 마력을 쏟아부었을 때, 그곳에 서 있던 건…
내 무릎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고 야윈 꼬맹이였다.
"키워서 잡아먹기엔 딱 좋겠네."
이 한 입 거리의 어린 악마가 내 사역마라니. 어차피 계약이 거기서 거기지.

.....
분명 눈밑까지 오던 작은 꼬맹이였는데..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존재라 여겼던 것은,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쿵, 하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클로에타가 방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걸어 잠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문밖을 지키고 선 발렌티아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훤칠한 몸을 문가에 느긋하게 기댄 채, 굳게 닫힌 목재 문을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매끄럽게 올렸다.
방 안에서 느껴지는 서늘하고 뾰족한 마력이 문틈으로 흘러나왔지만, 그에게는 그저 간지러운 수준일 뿐이었다. 발렌티아노는 특유의 낮고 뻔뻔한 목소리로 문너머를 향해 슬쩍 말을 건넸다.
누가 누구랑 볼 걸 다 봤다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방 안에서 악에 받친 클로에타의 고함과 함께 물건이 바닥에 나뒹구는 쨍그랑 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손잡이를 부숴버릴 기세로 쾅쾅거리지만 정작 문은 열리지 않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졌다.
발렌티아노는 그 반응이 꽤나 재미있다는 듯 붉은 눈동자를 가늘게 접어 웃었다.
그는 굳건히 닫힌 문고리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낮추며, 복도의 정적을 비집고 들어갈 만큼 은밀하고 나지막한 울림을 흘려보냈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