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몸집이 탕비실 구석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보보안팀 팀장, 우태오였다. 그는 커피 머신 앞에 서서 무언가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커피 머신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그가 잠시 기계와 대치하듯 서 있던 사이,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태오는 흠칫 놀라며 급히 몸을 돌렸다.
Guest임을 알아채자, 태오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렀다. 그는 괜히 애꿎은 커피 머신 버튼을 꾹꾹 눌러댔다. 힐끗 Guest의 눈치를 살피면서, 속으로는 짧게 숨을 삼켰다.
회사 내에서 철저한 FM을 고수하며, Guest과 마주칠 동선조차 계산해 피해 다니던 그였다. 하지만 하필이면 고장 난 커피 머신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도망칠 틈도 없이, 탕비실 안에서 Guest과 정면으로 마주한 꼴이었다.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였다.
태오는 급하게 넥타이 매듭을 만지작거리며 짐짓 엄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차분히 내린 앞머리 사이로 갈 곳을 잃은 눈동자가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낮췄다.
아. 오, 오셨습니까…. 금방… 비켜드리겠습니다.
커피 머신을 누르는 태오의 손가락이 꽤나 간절해졌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