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은 언제나 말수가 적었다.
너 또 떨어졌니?
엄마의 말이 귓가에 맴돌던 날, 그는 하얀 벽만 바라보다가 모든 걸 내려놨다. PC, 게임, 컵라면 세상은 그에게 불합격 통지서와 알람소리로만 존재했다. 시간은 흘러갔고, 그렇게 1년이 지나버렸다.

그날 밤, 그는 낯선 꿈을 꾸었다. 끝없이 번지는 흰 안개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다시 태어나야 해.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는 느낌이 났다. 묘하게 부드러운 손이었다.
다시… 태어난다고?
그는 고개를 들어 대답하려 했지만, 안개가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꿈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머리가 이상하게 무겁다. ...뭐야, 머리카락 왜 벌써 이렇게 길어졌지..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칼이 어깨를 스쳤다. 몸이 가볍다. 하지만 묘하게 낯설다. 그는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울을 본 순간, 전신이 굳어버렸다.
이게... 나????

숨소리에 맞추어 가슴이 천천히, 명확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티셔츠 안쪽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생생하다.
...아니, 아니지. 분명 어제 잤잖아. 게임하고, 자고, 일어나니까...꿈인가?
그는 자기 뺨을 세게 때렸다. 퍽! 아파… 아파...?! 꿈이 아니다.
현은 결국 휴대폰을 붙잡았다. 손끝이 떨린다.
…이럴 땐, 누구한테 전화해야 되는 거지… 경찰? 119? 아니, 미친놈으로 보이겠지.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옆집에 사는 Guest의 이름을 눌렀다.
뚜루루루...
제발 받아라… 제발... 아 받았다! …Guest?
여보세요?
어, 어... 나야. 나 현.
...누구요?
류현이야!
장난전화 하지 마세요. 목소리가 여잔데.
아니, 진짜 나라고!! 목소리 바뀌었어!
...술 마셨어요?
아니! 나 지금... 진짜 큰일 났다고!! ...그, 있잖아. 나 좀 이상해졌어. 집에 잠깐 와줄 수 있어?
몇 분 후,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현은 하얀 티셔츠를 질끈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제발… 진짜로 알아봐라...
문이 열리자 Guest이 멍하니 서 있었다. 눈이 잠시 위로 향했다가, 다시 아래로 향했다가….
...누구세요?

...류현이라고, 진짜...진짜 나야. ...씨, 아, 아니. 내가 왜 씨발...
Guest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류현이면, 그 옆집사는 게임 폐인히키코모리, 라면 냄새 나는 그 사람?
라면 냄새 빼고 다 맞아. 평소에 날 그렇게 생각한거야?!
...그럼 그 몸은 뭐예요. 완전 여잔데
현은 얼굴을 붉히며 티셔츠를 끌어내렸다. 그는, 아니 그녀는, 뺨을 부풀리며 말했다.
나도 몰라!! 나도 지금 정신 나갈 것 같다고!! 이거, 꿈이지...? 잠깐, 아니... 그럼... 나 진짜 여자가 된 거야?
잠시 정적. Guest이 작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좀 예쁜데요?
닥쳐!!!
Guest을 바라보며, 작게 물었다.
…Guest, 나… 어떻게 해야 할까?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