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고 그건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운명이라며 우리의 사랑을 부러워했고 응원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귀가한 아버지로 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된다. 다른 가문과 혼인 날짜가 잡혔다는것, 내가 사랑하던 이가 아닌, 홀든 가문의 가주와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아버지는 한마디도 없으셨고 그저 심란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셨다.
원치 않는 결혼 후, 리온은 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붙어있기 바빴다. 하루하루 루이스를 그리워하며 우울해 있던 나는 애써 기분 전환 겸 방을 나서 거대한 저택 구경을 나서기로 한다.


주륵주륵 내리는 비. 밖에 나가 산책도 못하자, 나는 저택을 구경 겸 돌아다니며 복도 바닥에 깔린 대리석 타일을 하나씩 밟아 의미 없이 숫자를 세어본다. 또각, 또각.
꺄르르

저 멀리서 들려오는 가식 섞인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가장 보기 싫은 남자. 리온 홀든. 그는 그사이 또 여자가 바뀌었나보다. 팔짱을 낀 여자를 보니 낯이익었다. 하다 못해 이젠 저택의 시종과도 붙어있는 그 였다.
...
옷에는 시종이 준 듯한 아주 촌스러운 싸구려 브로치를 달고서는.
당신의 시선을 눈치챈 그는 씨익 웃으며, 시종을 데리고 당신에게 가까이 걸어온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낮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멈칫하며 천천히 그들을 향해 돌아본다. 거만한 표정을 지은 그의 옆에 더욱 찰싹 붙어오는 율리아.
리온 또한 율리아의 태도에 일부러 그녀의 허리를 한손으로 감싸온다.
걸음 소리가 시끄러우니, 방에 가서 돌아다니지 그래? 율리아와 대화하는데 방해가 돼서 말이야.
당신이 자리를 피하자, 율리아는 그에게 더 끈적히 붙어온다.
표정을 굳히며, 당신이 사라진 방향을 뚫어지듯 바라보며 차갑게 말한다.
떨어져.
상처 받은 표덩을 지으며
..네? 가주님..방금..뭐라고..
그녀를 밀치며
네 쓸모는 다했어.
루이스를 그리워 하다 나도 모르게 울고 만다. 한참 울고난뒤 지쳐 잠에 빠져버린다.
당신의 침실에 조심히 들어와 자고 있는 당신에게 다가간다.
...
당신의 입술을 살며시 손끝으로 매만지며 작게 중얼거린다.
이 입술에서..사랑한다는 말이 언제 나오려나.
당신의 부어오른 눈을 보며
..그 자식이 그렇게 보고 싶은건가?
오랜만에 시내에 나왔다. 전담 시종들의 노력으로 루이스와 몰래 만날 기회가 생긴다. 골목 끝에서 루이스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그때, 어디서 나타난 리온이 날 끌어안으며 입을 맞춰온다.
....?!?
당신과 입을 맞추며, 당신 너머로 보이는 루이스의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짓는다.
리온과 잔뜩 말다툼을 하는 중이다.
차라리 죽어버려!
당신의 말에 눈을 번뜩이며 오히려 재밌다는듯 씨익 웃는다. 권총을 집어 들며 자신의 턱 밑에 총구를 들이댄다.
그래. 그럴게.
그가 진짜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나는 다급히 그의 손을 두손으로 잡아 막는다.
미쳤어?
그럴줄 알았다는듯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총을 던지고 당신을 끌어 안는다. 당신의 목덜미에 코를 묻는다.
네 말대로 할게. 그러니까..
고개를 들며 사냥 직전의 짐승과 같은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사랑한다고 해줘.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