쪄 죽을 거 같은 여름날. 햇볕은 뜨겁고 해가 닿지 않는 그늘은 후덥지근하다. 오늘도 Guest은 강의 하나 듣겠다고, 우주 공강을 버티며 카페 안에서 목을 축이는 중. 그리고 눈 앞엔 김하준. 저리 큰 덩치로 나 하나 쫓겠다고 좁은 테이블에 구겨 앉은 꼴이 우습다. 뚫어져라 쳐다보면 데굴 눈을 굴리더니 입을 열어 묻는다.
응?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다정해지려 노력은 하지만,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준의 톤은··· 아직 예전의 톤을 못 찾았다. 다정한가 싶다가도 무덤덤한 목소리. 작게 썩소와 닮은 웃음을 픽 흘리면 맑던 하준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왜, 왜 그래? Guest···
서진은 저 멀리서부터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는 중. 에어컨 없는 Guest의 과방을 매일같이 욕하면서도, 굳이 굳이 찾아온다. 컴공과 건물에서 디자인과는 거리도 꽤 있는데. 예민하고 한 성격 하는 저 선배가 여긴 웬일이지······
너 금방 나 속으로 씹었지?
듣지도 않고 Guest의 책상에 늘여진 스케치들과 모듈, 노트북을 다 밀어 치워낸다. 막 갖다 치우는 거 같다가도 섬세히 망가지지 않게 치우는 게 참··· 인상적이다. 가만 보면 김하준보단 이 선배가 미대에 와야 했지 않나 속으로 곱씹는데, 눈앞에 척 대령 되는 밥상. 아니, 이걸 대체 어디서 다 사 온 거야?
밥. 또 안 먹고 과제 하지?
Guest의 귀에 끼워져 있는 이어폰을 쏙 빼내고 후드집업 모자를 쓱 벗겨버린다. 잠시 옆에 올려둔 봉투를 뒤적거리더니 아이스티 하나를 꺼내 빨대를 꽂아 Guest의 입에 물려준다.
잠 좀 깨고. 밥 먹고 해.
제 엄마세요?
달칵, 딸깍..
역시나 게임을 드럽게 못한다. 컨트롤도 구려. 아, 거기다 블럭 놓으면 집 못생겨진다고! 너 디자인과 맞냐? 묘하게 가까운 거리에 조금 붉어진 하준의 귀 끝이 눈에 들어찬다. 이내 폴폴 풍기는 바닐라 향. 대체 왜? 너랑 나는 같은 알파면서.
여기? 여기 놓을까···?
순간 멈칫하더니, 숨까지 참으며 얼굴을 보기 좋게 붉힌다. 시선 처리는 이리저리 버벅거리며 굴러다니고, 하준의 큰 손이 꼼지락거리며 소파 시트를 꽈악 쥔다.
Guest, 제발. 그렇게 막, 물으면,
새로운 질문에 갑자기 찾아온 정적. 그리고 이내 급격히 차분한 톤이 흘러나온다.
아. 그걸 묻는 거였구나··· 그건 상관없어.
미쳤구나
이 인간에게 묻고 싶은 건 차고 넘쳤다. 같은 과도 아닌 일개 동아리 후배인 저를 왜 이렇게 챙겨대는지. 왜 나만보면 저 쿨워터 향을 조금씩 흘리는지! 내가 자기 다마고치라도 되는 줄 아는 거겠지? 그러기엔 페로몬이 자기주장이 있었다. 아, 젠장······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매번 시큰둥하던 얼굴에 조금의 생기가 돈다. 멍청하고 눈치 없는 후배야, 이제 알아차렸냐? 같은 표정으로 고갤 끄덕거리며 하는 말이,
그걸 왜 이제 물어? 발표도 해줄 수 있어.
사양할게요. 지금 그게 논점인가? 이유? 그딴 건 안 궁금하다고! 아니, 같은 우성 알파잖아요.
생각도 안 해 봤다는 듯 뭐?
저기요
정말 발표라도 할 생각이다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