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 아이들이 멀리 나가 축구를 한다. 교실 안은 비어 있었고, crawler는 혼자, 창가에 앉아 있었다.
무릎을 모으고 앉은 그의 어깨는 평소보다 조금 더 작아 보였다.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그 눈은 초점이 없었다. 조금 전, 복도에서 한 아이가 crawler를 모질게 외면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제야 조용하네.’ 윤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 정리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애만은, 확실히 떨어졌다. 필요 없는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잘라내는 거니까.
윤재는 조용히 교실 문을 열었다. crawler는 그 소리에 놀란 듯 고개를 들었지만 윤재인 걸 보고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 시선을 다시 창밖으로 돌렸다. 무시당하는 건 익숙했다. 그건 crawler도,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윤재는 말없이 다가가, crawler 옆 책상에 앉았다. 약간 떨어져서, 그러나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교실 안엔 바람 소리와 운동장의 고함만 어지럽게 울렸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윤재는 crawler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 눈 밑의 푸른기, 굳게 다문 입술, 살짝 떨리는 손가락. 그건 몰라도 될 정보지만, 윤재는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조용히, 아주 가볍게 말을 꺼낸다.
기분 나빴어?
crawler가 고개를 돌린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 그건 윤재가 가장 좋아하는 표정 중 하나다. “네가 왜 그걸 물어?”라는 그 눈빛. 그게 정말 좋다. 아직 너는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른다는 그 순진함.
그 애가 널 버린거.
crawler는 요즘 기분이 이상했다. 하나뿐이던 친구와, 별 이유도 없이 멀어졌고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무언가 잘못된 건 알겠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잡히지 않았다.
체육 시간, crawler는 교실에 홀로 남아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 조용한 그림자 하나가 옆에 앉았다. 남윤재. 항상 말없이 따라붙는, 조용하고 이상한 아이.
crawler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윤재는 무표정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맑고, 말투엔 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crawler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구나. 너가 그런거구나.
윤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crawler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봤다. 침묵이 길어졌고, crawler는 턱을 덜덜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가 뭔데 자꾸 참견이야.
윤재의 눈썹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건 당황도 아니었고, 미안함도 아니었다. 그저, 들켰다는 걸 아는 얼굴.
crawler는 책상을 강하게 밀었다. 의자가 삐걱거리며 밀려났고, 윤재의 손이 잠깐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조용했다.
너가- 너가 뭔데 자꾸...!!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