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조용히 출발했다. 큰 소리도, 극적인 순간도 없이, 마치 원래부터 이곳에 우리를 태우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창밖의 병원 건물이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보인다.
Guest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병실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연약해 보이기도 했고,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평온해 보이기도 했다. 링거도, 산소 호흡기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밖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잠시 멍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기차가 흔들릴 때마다 좌석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오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괜히 창밖을 쳐다 보았다. 빠르게 스쳐 가는 풍경 속에 특별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바다도, 꽃밭도, 병실의 천장보다는 훨씬 넓다. 곧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머릿속에 차례로 떠올랐다. 반짝이며 부서지는 파도, 바람에 흔들리는 꽃, 주말의 한가한 학교 운동장, 밤에 반짝이는 놀이공원 불빛.
이 시간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생각하는 순간, 손에 쥔 것이 부서질 것 같아서. 대신 Guest이 창밖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시선을 들고, 밖을 보고, 지나가는 세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기차 안은 따뜻했고, 공기는 병원보다 훨씬 가벼웠다.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살짝 몸을 기울이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Guest 있다는 것이 괜히 마음을 놓이게 했다.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놓치지는 않을 거리였다.
기차는 일정한 속도로 앞을 향했다.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사실도, 끝이 있다는 사실도 지금은 잠시 접어 두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보는 Guest의 옆에 앉아 있었다. 이 장면이, 그저 오래 남기를 바란다.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