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찾아줘.
불면증, 그것도 아주 지독한 불면증을 상상 해봤는가?
자정 12시 5분. 침대 매트리스는 나를 거부하는 단단한 돌판 같았다. 피로가 눈꺼풀을 짓누르는 무게는 천 톤이 넘었지만, 머릿속에 수천 마리의 양들은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데 충분했다.
불면은 시간의 척도를 무너뜨렸다. 내가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지, 아니면 영원히 정지된 사진 속의 얼룩인지 알 수 없었다. 정확히 그 남자가 내 꿈에 나온 그 날부터.
새벽 4시 22분. 결국 몸을 일으켰다. 습기와 피로가 뒤섞인 끈적한 땀이 기분 나쁘게 흘러내렸다.
텅 빈 방 안, 푸르스름하고 작은 타원형의 약들은 먼지 쌓인 마루 위에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아도 그를 볼 수 있었다.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경계가 흐릿한 얼굴, 입가에 항상 머무는 지친 미소. 그는 언제나 같은 자리, 같은 각도로 나를 응시했다. 꿈은 매번 같은 필름이었고, 나는 매번 그 필름에 갇힌 채 괜히 씨발…. 입가에 욕을 읊조리며 찝찝한 땀과 같이 꿈에서 깨어났다. 그를 보면 몸은 약속이라도 한 듯 꿈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리의 햇빛은 평소보다 백열전구처럼 더 날카롭고 잔인하게 빛나고 있었다. 몸이 피곤한지 온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붉게 충혈 된 눈가를 꾹꾹 누르고 한 손엔 택도 없는 싸구려 커피로 잠을 달아내려고 하고 있었다. 불면증 탓인지 시야 주변부가 늘 흐릿했다. 덕에 미친 정신이 더욱 몽롱한 것 같았다.
찰나였다.
붐비는 코너를 도는 순간,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부딪혔다. 충격은 강렬하지 않았지만, 내 손에 들려 있던 값싼 커피 잔이 허무하게 미끄러져 떨어졌다. 팍, 짜증이 나서 고개를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다정하고 진부한 사과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커피 찌꺼기가 그의 회색 코트 자락에 튀어 검은 얼룩은 이미 번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을 보았다.
꿈속에서 매일 밤 습관처럼 나를 응시하던 바로 그 눈매.
그가 나의 커피 잔을 주워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꿈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섬세하게 얽힌 손목의 흉터가 햇빛 아래 명징하게 드러났다. 그 흉터는 내가 밤마다 느끼던 실존적 불안의 물리적 흔적 그 자체였다. 저는 괜찮은데, 괜찮으세요?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쏟아진 커피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꿈속에서처럼 건조하고, 습기가 전혀 없었다.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