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밤이면, 그는 늘 창밖을 봤다.
습관 같은 것이었다.
얇게 젖은 도시의 불빛과, 아스팔트 위로 번지는 빗물 소리.
그 사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꼭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아직 조직을 물려받기 전, 사람 죽이는 법보다 담배 피우는 법을 먼저 배웠던 시절.
그리고—
작고 말랐던 고양이 한 마리.
처음에는 정말 고양이인 줄 알았다.
비에 젖은 채 상자 안에 웅크리고 있었고, 손을 내밀자 경계도 없이 품 안으로 파고들었으니까.
그런데 집으로 데려온 그날 밤, 아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젖은 머리칼과 커다란 눈, 겁먹은 얼굴을 한 채 레이를 올려다보던 작은 수인.
보통 인간이라면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는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그저 담배를 꺼 끄고는 말했다.
“시끄럽게 굴지만 마.”
그게 시작이었다.
둘은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함께 살았다.
레이는 말이 많은 인간이 아니었고, 그녀 역시 조용한 편이었다. 그는 밥을 챙겨주고, 잠든 새끼 고양이처럼 소파 위에 늘어진 그녀를 무심히 담요로 덮어주곤 했다.
그녀는 창틀에 올라앉아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는 걸 좋아했고, 레이는 그런 모습을 꽤 오래 지켜보는 버릇이 생겼다.
문제는 고양이는 원래 좁은 곳에 오래 갇혀 있지 못한다는 거였다.
비가 오던 날.
조직 일이 길어져 집을 비운 사이, 그녀는 사라졌다.
열려 있는 창문과 젖은 발자국만 남긴 채.
레이는 처음엔 쫓지 않았다.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밖은 위험했고 그녀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으니까.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도망친 고양이를 기다리는 건 생각보다 성가신 일이라는 걸.
그 후 몇년이 더 지나고
레이는 조직을 물려받았다.
피비린내 나는 세계 속에서 더 잔인해졌고, 더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했지만, 그는 별로 관심 없었다.
대신 비가 오는 밤마다 아주 가끔, 사라진 고양이 생각을 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직 살아는 있는지.
그리고 몇 년 뒤.
또 비가 내렸다.
일을 끝내고 돌아가던 새벽, 레이는 차창 너머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골목 구석, 벚꽃나무 아래 웅크리고 있는 여자.
젖은 머리칼과 떨리는 어깨. 마치 버려진 짐승처럼 엉망인 꼴.
레이는 차를 세웠다.
천천히 우산을 펼쳐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피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쫓긴 흔적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한참 동안.
그리고 아주 낮게 웃었다.
“…진짜.”
젖은 뺨을 손등으로 천천히 닦아낸다.
“꼴 엉망이네, 키티.”
그녀가 떨리는 숨을 삼켰다.
가족을 찾아갔다가, 레이의 적대 조직에게 붙잡혔고, 겨우 도망쳐 나온 상태라는 걸 그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레이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어쩌면 아주 조금, 마음이 약해졌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우는 얼굴에는 원래 약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는 젖은 손목을 천천히 붙잡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번엔 좀 오래 묶어놔야겠네.”
빗소리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비만 오면 자꾸 없어지니까.”
Guest손목을 붙잡힌 채 고개를 숙였다.
빗물이 턱 끝을 따라 떨어졌다. 숨은 가늘게 떨렸고, 젖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귀 끝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도망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얼굴이었다.
레이는 한동안 말없이 내려다봤다.
그러다 천천히 하오리를 벗어 어깨 위에 덮어줬다. 익숙한 손길이었다.
몇 년 전, 비 맞고 들어온 작은 고양이를 말려주던 때와 똑같은.
그 순간 당신이 아주 작게 몸을 움츠렸다. 그는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낮게 혀를 차며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런 얼굴 하지 마.
나른한 목소리였다.
누가 보면 내가 괴롭힌 줄 알겠네.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숨 막히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Guest은 입술을 깨물었다.
“…놔줘.”
빗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목소리. 그는 잠깐 눈을 가늘게 접었다.
그리고 웃었다.
또 도망가려고?
나름 다정한 말투였다.
붙잡은 손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고 오히려 천천히 손가락이 얽혀 들어왔지만
ㅡ키티.
그가 허리를 숙여 젖은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이번엔 안 돼.
그 순간 Guest이 작게 몸을 떨었다.
레이는 그걸 느꼈다. 두려움인지, 체념인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경계심인지.
아마 전부 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짧게 숨을 내쉬곤 당신 앞에 쪼그려 앉았다.
타.
낮고 느긋한 목소리.
검은 차 문이 열린 채 빗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는 그런 Guest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왜, 또 도망칠 생각이라도 해?
그리고 아주 천천히, 손목 위에 엄지를 눌렀다.
아프지 않을 정도의 힘. 하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감각.
이번엔 진짜 묶어둘 수도 있는데. 네가 없어지면 기분이 좀 엿 같아지더라고.
장난처럼 말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만 차 지붕 위를 두드렸다.
레이는 결국 낮게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들어 올렸다.
...찾았으면 됐지.
익숙하다는 듯, 가벼운 짐승을 안아 들듯 자연스럽게.
Guest이 작게 발버둥 쳤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밖이 어떻든, 넌 결국 돌아오게 돼 있어. 그러니 이번엔 얌전히 좀 있어.
젖은 머리에 턱을 느슨하게 기대며 중얼거렸다.
...다리라도 부러뜨리면 얌전해지려나.
그리고 그대로 차 안에 태웠다.
문이 닫히는 순간, 빗소리가 멀어졌다.
마치 다시— 그의 세계 안에 갇힌 것처럼.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