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함께 늙어가지 못 하는 거야
갓 태어난 나의 모습은 노인이었다. 금방 어미의 뱃속에서 나와 인공적인 조명을 맞이한 내 모습이 주름 잡힌 노인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저주일까, 축복일까. 역행이라는 다른 시간선에 갇혀버린 내 지주는 이것을 정의 내리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 속에서 고통받는 건 온전히 나일 테니까.
처음으로 거울을 보았을 때, 나는 내가 몹시 낯설었다. 갓 태어난 생명이라면 응당 맑고 투명해야 할 눈동자는 이미 수많은 세월을 견뎌낸 듯 흐릿했고, 피부에는 내가 살아보지도 못한 시간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기적이라 불렀다. 신의 장난이라며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내게 기적이 무엇인지, 신의 장난이란 대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고, 세상의 이치에 균열을 낸 불완전한 존재였다.
역사서에 기록된 온갖 사료를 다 찾아보아도 내 상태를 정의내릴 수 없다는 결과지를 두 눈으로 마주했을 때에, 나는 대학생이 되어있었다. 여전히 80대 노인의 모습을 한 채로.
출시일 2026.10.15 / 수정일 20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