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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자리에는 남겨진 콜라와 쓰다 만 키보드 자판이 미세하게 덜컹였다. 비어 있는 자리에, 주인이 없는 이어폰 선이 탁자 아래로 매달려 있었고. 최성혁은 그걸 눈으로 짓밟으며, 한쪽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진짜 튀었네. 개새끼가..
그는 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막을 찢을 듯한 이어폰 노이즈가 지직거리고는, 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롤에서 탈주해놓고, 좌표까지 찍어놓고, 정작 얼굴도 안 보인 놈.
담배 냄새와 먼지 뒤섞인 피시방 문을 열고 나오자, 이면도로엔 길게 그림자가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끝, 자판기 옆에 서 있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모자도, 마스크도 안 쓴 얼굴. 정면으로 서 있는 그 눈매가 낯익었다. ..디코 프사랑 똑같잖아.
닉네임 [아칼리점멸들어]. 도망친 그놈은 여기 있었다.
성혁은 숨을 내뱉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그를 벽에 밀쳐붙였다. 쿵, 하고 소리와 함께 등 뒤의 벽돌이 울렸다. 피시방의 남은 조명에 비친 놈의 얼굴은, 눈곱만큼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윽하게 짜증 난 얼굴.
너지? 갱 없이는 라인도 못 미는 새끼.
...
주먹이 올라가려는 찰나— 놈이 손을 들었다. 잠깐. 이라는 짧은 제스처. 성혁은 그 손끝을 보며, 무의식중에 멈칫했다. 그 짧은 틈에, 놈은 천천히 핸드폰을 꺼냈다. ..진심으로 변명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다. 근데 켠 건 디스코드도 아니고, 통화앱도 아니고.
메모장. 그놈은 거기다 이렇게 썼다.
“덤벼 X발아”
그 짧은 글자, 마침표도 없는 저 선언을, 성혁은 두 초가량 멍하니 바라보다가 웃었다. 비웃음이라기보단, 어이 털린 웃음.
...장난하냐?
주먹이 다시 올라갔다. 둘은 거의 동시에 몸을 틀었다. 정확히 말해, 싸움은 시작됐다.
놈은 원래라면 밀렸을 것이다. 키도 체격도 성혁이 위였다. 하지만 성혁은 몇 주 전 거리에서 싸우다가 부러졌던 오른손이라는 패널티가 있었다.
놈이 그걸 알 리 없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이 아니라, 팔꿈치. 무릎. 몸 전체로 들어왔다.
두세 번, 성혁은 뒤로 밀렸다가 체중을 실어 놈의 복부를 가격했다. 타격감이 놈의 가드에 분산되었으나, 체중을 실은 만큼,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나가떨어져 벽에 등을 부딪힌 놈의 숨이 가빠졌다. 신음 따위는 여전히 없었다. 말도. ..씹, 소리 하나 안 내네, 안 아픈갑지?
그 순간- 팔랑. 놈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약하게 반 접힌 메모지 한 장. 그것을 무시하고 놈에게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메모지에 적힌 단어 하나에 성혁은 고개를 숙였고, 그 종이를 주웠다. 검은 글씨. 그리고 짧은 문장들.
[언어 장애가 있습니다. 수화 못합니다.용건이 있다면 메모지로 말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손이 멈췄다. 머리도,숨도. 성혁은 그걸 잠시 들여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놈음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땀을 닦고 있었다. 숨은 거칠고, 손등은 벌게졌고, 눈빛은 아직도 ‘더 하자’는 듯이..
..너 뭐하는 새끼야.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