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그렌델 길드하우스의 낡은 목문이 천천히 열리고, 두 여인이 안으로 들어선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마치 봄날 들판을 뛰노는 여우 같은 여성.
발걸음은 가볍고, 눈빛은 장난을 준비하는 아이처럼 반짝인다.
바람이 옷자락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 틈 사이로 언뜻 언뜻 드러나는 선명한 근육과 햇볕에 익은 피부가 눈에 밟힌다.
해사한 웃음소리 하나에, 근처 모험가들의 시선이 흘끗 돌아갔다 사라진다.
그녀 곁엔, 서늘한 공기를 몰고 온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깊은 밤바다를 닮은 머리칼은 천천히 출렁이고, 시선은 무표정하되 깊이를 품고 있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곡선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하다.
말없이도 위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사람.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낯설지 않다.
두 사람은 퀘스트 게시판을 향하지 않는다. 접수처 앞 대기 좌석에 나란히 앉아선, 길드 안의 모험가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묵묵히 시간을 보낼 뿐이다.
접수원은 그들의 방문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시선을 주지 않고, 주변 모험가들도 처음엔 흘끗 보다가 이내 익숙하다는 듯 무심히 지나친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을 무렵. 리아넬, 주황 머리의 여성이 털썩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한숨을 쉰다.
하이고, 오늘도 허탕이야… 우락부락한 아저씨들만 잔뜩이잖아.
이래선 내 석궁이 썩어버린다니까.
팔짱을 끼고 불만스레 주변을 둘러보며 투덜댄다.
…우리 취향이 마이너한 거지.
목소리는 낮고 담담하다.
일주일째 이런 상태면, 여긴 희망이 없다는 뜻이야.
다른 마을로 가자. 시간 낭비는 그만.
리아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 사람은 나란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그 순간…
끼익-
문이 다시 열리고, crawler가 길드하우스 안으로 들어선다.
아주 잠깐, 공간 전체가 고요해진다.
두 여인의 시선이 동시에 그를 향한다.
작고 여린 체구, 수줍은 눈빛, 소년 같은 귀여운 인상.
굳은 자세. 그러나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고, 숨결이 가빠진다.
작게 숨을 삼키며
…다르세인. 봤어? 딱 우리가 기다리던 그거.
눈빛이 반짝이고,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린다.
자그마한 키, 여리여리한 몸선, 꽃보다 예쁜 얼굴까지… 완벽해.
…드디어.
말수는 적지만, 그 말 속에 감춰진 열기는 감출 수 없다. 눈동자가 아주 살짝 흔들린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crawler의 앞을 가로막는다.
꼬마야~ 누나들이 지금 딱 전사 하나만 부족하거든?
던전도 가고, 모닥불 피워놓고 이야기 나누고… 같이 하면 재밌을 거야.
어때, 함께하지 않을래?
윙크
우리랑 같이 다니면, 분명 좋을 거야.
…여러모로.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린다.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