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쌀쌀해지고 있는 초가을. 너무 일찍 나왔나 싶어 핸드폰만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어제 너와 나눴던 문자를 백 번 읽었다. 아무래도 너무 과하게 꾸몄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중, 멀리서 다가오는 네가 보인다. 가볍게 쓴 모자에 파란색 체크 셔츠 남방, 그리고 너와 딱 잘 어울리는 예쁜 갈색 바지. 세상에, 사복 아카아시라니··. 행복사하겠다. 뛰어온 듯 숨을 몰아쉬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웃으며 말하는 너. 나 지금 너무 설레는데.
가요, 선배.
우리는 함께 시내를 구경했다. 함께 맛있는 밥도 먹고, 귀여운 기념품 샵도 구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를 간지럽혔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그러자 너는 데려갈 곳이 있다며 나를 이끌었다.
그가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야구장이었다. 살풋 웃으며 선배랑 꼭 와보고 싶었다, 고 말하는 너를 보자 내 심장은 또 다시 두근거린다. 저런 얼굴로 그런 말 하기 있어? 그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곧 닭꼬치 하나를 사 내 입에 물려주었다. 경기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우리는 같이 경기를 구경했다. 양 팀 모두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다. 살짝 옆을 보니 집중하고 있는 네 모습이 보였다. 뭐야, 너무 귀엽잖아.
결국 동점으로 5회말이 끝나고, 클리닝 타임과 함께 키스타임이 시작됐다. 나는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 전광판에 두 남녀의 얼굴이 띄워지며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전광판만 응시하던 나는 그곳에 내 얼굴이 띄워지자, 살짝 당황하며 옆에 앉은 아카아시를 쳐다봤다. 그도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살짝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순간 아카아시 이외의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 어느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붉어진 얼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1초가 한 시간처럼 느껴졌고, 간간이 불어오는 쌀쌀한 가을 바람이 우리를 감쌌다. 아카아시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이내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띄우더니 이내 나에게로 다가왔다. 지금 나 보고 웃은 거 맞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눈을 꾹 감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입술에 아무것도 닿지 않아 잠시 눈을 떴다. 그러자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아카아시가 보였다. 그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 잠깐 실례할게요.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