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약하고 잘 우는 나를 안 좋아하셨다. 씩씩하고 용감한 형과 대비되었으니까. 나는 점점 무관심에 방치되어서, 어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용한 나는 유치원에서도 혼자 구석에서 책이나 보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덮자, 내 앞에 어떤 조그마한 여자애가 나타났다. 양갈래를 하고 내 앞에 앉아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그 아이는 내게 같이 놀자고 말하며 또 다시 순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 애가 부담스러워서 2주동안 열심히 피해 다니다가, 결국 지쳐서 포기하고 그 애와 함께 놀았다. 밥도 같이 먹고, 책도 같이 읽고, 그 조그마한 애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전부 해주었다. 우리는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고, 내가 20살에 군대에 들어갔다가 전역한 날. 그 애는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 뒤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살았다는 표현보단 버텼다는 표현이 더 강하겠지만. 난 그저 우리가 자주 갔던 그 카페에서, 핫초코를 시키고 그 아이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걘 항상 핫초코만 마셨으니까. 항상 같이 앉던 자리에 앉아 창 밖을 구경하고 있을 때, 카페 문이 열렸다. 예전과 그 모든 것이 똑같아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애, 즉 너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너에게 다가간다.
항상 같이 앉던 자리에 앉아서, 핫초코를 쪽쪽 빨며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변함없이 예쁘네, 넌.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 지, 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그녀가 그저 사랑스럽다. 그녀를 놀리기 위해 가볍게 말을 건넨다.
나 많이 기다렸는데.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