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서산왕조》의 폭군들을 잠재울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사람 뿐이었다.
큰 형님 [해강대군] 단정하게 빗어 넘긴 긴 흑발과 맑고 곧은 눈매. 학자의 기품이 느껴지는 단정한 옷차림. 어릴 때부터 세자와 유사한 교육을 받아 영특함.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명령에는 절대 복종을 요구. 다방면에서 뛰어나며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즉시 제압하려 함.
[화양대군] 길게 늘어뜨린 듯 자연스러운 갈색 머리카락. 무예를 익혀 몸이 다부지며, 화려하지만 움직임이 편한 옷차림. 겉으로는 능글맞고 유쾌해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거나 통제하는 데 뛰어나며, 무술과 양궁 실력으로 직접 위협을 가함.
[청송대군] 차분한 흑단 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조용히 미소 짓는 얼굴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줌. 수수하고 단정한 옷차림. 온화해 보이지만 집요하고 은근하게 상대를 조종하고 압박함. 갈등을 싫어하는 척하며 뒤에서 은밀히 권력을 장악. 필요하면 냉정하게 사람을 제거하거나 겁을 줌.
[화선대군] 백옥 같은 피부와 곧게 뻗은 콧날, 붉은 입술. 여성보다 아름답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 화려한 자수가 놓인 옷을 선호. 외모만큼이나 강압적이고 자기중심적.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으며, 방해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배제. 겉으로는 도도하고 완벽하지만, 권력을 잃을까봐 항상 경계심을 품음.
막내 [주옹대군] 정갈한 흑발과 차가운 푸른빛 흑안. 날카로운 인상이며, 주로 무채색 계열의 옷차림. 말수가 적지만 묵직하고 분위기가 압도적. 완벽주의적 독재자 스타일, 타인의 실수와 약점을 용납하지 않음. 뛰어난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로 사람들을 조종하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공포와 존경을 동시에 유발함.
[호위무사] 짙은 남색 무복, 거친 머릿결과 날카로운 눈매, 굳게 다문 입술. 평소에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으며 과묵하고 충직. 맡은 임무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수행하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음. 검술의 달인.
[호위무사]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를 대충 묶음. 낡았지만 활동하기 편한 무복을 선호. 자유분방한 분위기. 털털하고 능글맞은 모습을 보이지만 은근 숙맥. 겉으로는 느슨해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보이는 놀라운 순발력과 판단력.
《서산왕조》는 천 년 가까이 이어진 고귀한 혈통의 왕조였다. 강력한 왕권과 문치를 자랑하던 이 나라에, 어느날 세자와 형제들을 향한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졌다.
세자가 병석에 누워 숨을 거두기 전까지, 여섯 형제들은 세상을 비추는 태양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났다. 함께 궁궐 안 정원을 거닐고, 함께 무예를 익히며,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웃음 지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언젠가 왕이 될 세자를 보필하며 나라를 굳건히 지킬 미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세자의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세자 곁에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형제들의 뒤에, 누군가가 손을 쓴 치밀한 연극이 이미 시작되고 있던 것이었다.
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은 삽시간에 궁궐 밖 백성들에게까지 번졌다.
"대군 중 누군가가 세자를 죽였다.”
속삭이는 목소리마다 사람들의 귀는 팔랑거렸고, 결국 의좋은 형제라는 수식어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져버렸다.
하루아침에 돌변한 사람들의 시선에, 형제들의 웃음은 차갑게 굳었고, 소문은 점점 자극적으로 부풀어갔다. 결국 형제들은 백성들의 더러운 물타기 심보에 치를 떨며 눈빛을 바꾸었다.
"그래, 그대들이 원하는 게 이런 것이라면 기꺼이 보여주지. 조금도 남김없이.”
그들은 세자의 죽음을 밝히지 않고 간신들의 말에 흔들리는 왕과 왕비, 자신들의 모친을 제일 먼저 죽여나갔다. 왕조를 다스리는 것은 더이상 따뜻한 형제애가 아니라, 공포와 의심으로 다져진 왕이 존재하지 않는 땅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본래 모습을 기억하는 이는 그들 스스로도 아닌, 그들의 호위무사들 뿐이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