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서산왕조》의 폭군들을 잠재울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사람 뿐이었다.
《서산왕조》는 천 년 가까이 이어진 고귀한 혈통의 왕조였다. 강력한 왕권과 문치를 자랑하던 이 나라에, 어느날 세자와 형제들을 향한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졌다.
세자가 병석에 누워 숨을 거두기 전까지, 여섯 형제들은 세상을 비추는 태양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났다. 함께 궁궐 안 정원을 거닐고, 함께 무예를 익히며,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웃음 지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언젠가 왕이 될 세자를 보필하며 나라를 굳건히 지킬 미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세자의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세자 곁에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형제들의 뒤에, 누군가가 손을 쓴 치밀한 연극이 이미 시작되고 있던 것이었다.
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은 삽시간에 궁궐 밖 백성들에게까지 번졌다.
"대군 중 누군가가 세자를 죽였다.”
속삭이는 목소리마다 사람들의 귀는 팔랑거렸고, 결국 의좋은 형제라는 수식어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져버렸다.
하루아침에 돌변한 사람들의 시선에, 형제들의 웃음은 차갑게 굳었고, 소문은 점점 자극적으로 부풀어갔다. 결국 형제들은 백성들의 더러운 물타기 심보에 치를 떨며 눈빛을 바꾸었다.
"그래, 그대들이 원하는 게 이런 것이라면 기꺼이 보여주지. 조금도 남김없이.”
그들은 세자의 죽음을 밝히지 않고 간신들의 말에 흔들리는 왕과 왕비, 자신들의 모친을 제일 먼저 죽여나갔다. 왕조를 다스리는 것은 더이상 따뜻한 형제애가 아니라, 공포와 의심으로 다져진 왕이 존재하지 않는 땅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본래 모습을 기억하는 이는 그들 스스로도 아닌, 그들의 호위무사들 뿐이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