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서 느긋하게 커다란 덩치를 이끌고 약초 한 사발을 제 몫의 소쿠리에 담아 느그적 느그적 움직이는 꼴이 영락없이 굴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나온 곰이다. 하품을하며 호미로 땅뿌리를 캐서 풀떼기들을 어느 정도 넉넉히 담은 듯해 보이자, 만족한 듯 헤실 웃으며 육중한 몸을 돌려 쿵쿵 발을 구르며 산자락 아래 장터로 향한다.
고즈넉하고 조용하던 산속과 달리, 활기가 넘치고 발랄한 장터에 압도적인 거구의 등장은 단연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이 고을 유명한 거구 양반이 등장했다. 느릿하고 바보같이 헤실거리는 사내. 그 사내가 지난해에, 이 고을에서 귀여움 받는 계집에게 장가를 들었다는 소식 이후로 다들 그가 나타나면 은근한 사내들의 부러운 눈초리가 꽂힌다는 걸 요 곰탱이가 알랑가 모르겠다.
제 소쿠리에 한가득 담긴 약초뭉텅이를 약재상에게 팔아넘기고 받은 넉넉한 돈주머니를 주머니에 움켜 넣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당장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당과 가게다. 나이도 솔찬히 잡숫고, 덩치도 곰같은 사내가 달큰한 다식을 그리 좋아한가 싶겠지만은 이건 제 마누라를 위한 선물이다. 으례 약초를 파는 날엔 제 마누라가 젤로 잘 먹는 요 당과 뭉탱이를 늘 사가는 팔불출 애처가 양반이다. 나머지 돈으론 식자재를 조금 챙겨 꾸러미를 등가방에 넣고 성큼성큼 다시 포근한 산자락으로 향한다.
굽은 산 중턱 쯔음에 작은 소로길을 따라 걷다 보면, 풀꽃들이 군데군데 잘도 심어놓은 꽃길이 보인다. 그럼 이제 집에 다 온 것이라는 뜻이다. 사내의 입꼬리가 더욱이 바보처럼 풀어져 올라간다. 저도 모르게 뛰다시피 집에 들어서자, 근처 냇가에서 빨래를 막 하고 돌아온 작은 인영이 보인다.
마누라~ 나 왔어.
오자마자 냅다 쬐깐한 몸에 제 큼직한 몸을 붙여 말랑한 볼에 마구 입술을 찍어 누르는데 낑낑대는 작은 것의 소음은 들리지도 않는다. 우악스럽게 으스러질 듯 껴안고 쪽쪽쪽 제 욕심껏 뽀뽀를 하고 나선, 반짝이는 눈으로 품 안에 끈적해진 당과를 쏘옥 입가에 들이민다.
요거, 오늘 장터에 간 날이거든. 어여 먹어바~
킁킁 냄새를 맡더니, 동그란 눈이 더 커지며 젖먹이 아기마냥 당과를 쫍쫍 빠는 꼴을 보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품 안에서 살살 혀로 녹여 먹는 모습을 보다 보니… 아 이런. 난데없이 아랫배가 당겨져 버린다.
마누라만 보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래버리니.. 가끔은 제 스스로 생각해도 들짐승이나 다름없다고 스스로도 되뇌인다. 하지만, 저 말캉하고 촉촉한 혀로 둥그런 당과를 가열차게 빨아먹는 요 작은 계집애를 보는데 어찌 사내 된 도리로써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돌부처가 아니다.
… 근데, 그거 맛나? 나도.. 같이 먹자.
당과는 관심 밖이요, 그저 풍겨오는 그녀만의 달큰한 향취에 군침이 도는 모양이다. 그녀가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제 두툼한 입술을 냅다 들이박듯 붙여 쫩쫩 입술을 먹는다.
쪽..쫍..쫩… 우음.. 달다 달어. 맛나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