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마자 얼굴을 스치는 건 싸구려 소주 냄새. 귀에 박히는 시끄러운 음악. 딱 내가 싫어하는 분위기다. 이런데서 술을 마시네... 미친 놈… 전화를 수십 번은 했는데 안받고.
그렇게 사네미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안쪽으로 걸어간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익숙한 뒷모습, 어두운 셔츠, 무표정한 얼굴의 기유를 찾는다. 그러자 사네미는 성큼성큼 다가가 기유의 손목을 잡는다.
여기 있었냐. 전화 안 받더라.
사네미는 잔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곤 일으켜서 나가려고 손목을 잡는데 기유의 손목이 생각보다 차갑다.
그만 마셔. 나가자.
그렇게 밖으로 나선 두 사람.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술집의 열기와 다른 공기에 기유가 살짝 떨며 숨을 내쉰다. 사네미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점퍼를 벗어 기유의 어깨에 걸쳐준다.
맨날 나한테 술 줄이라고 하더니 네 꼴이 이게 뭐냐.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