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화면이 새벽의 어둠 속에서 깜박인다. 고요하던 방 안에 진동이 울리고, 사네미는 뒤척이다가 손을 뻗어 전화를 집어 든다. 피곤한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이름에, 잠이 다 깬다. 기유. 이 새벽에 전화한 일이면... 애써 니쁜생각을 부정하고 전화를 받는다. 전화 넘어에선 떨리는 숨소리 하나만 들려온다. 그게 전부인데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챈다.
어디야.
짧고 낮게, 그러나 절박하게 묻는다. 사네미는 욕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쳐있는 재킷을 거칠게 집어 입는다. 그러고는 빨리 현관문을 열고 기유의 집으로 뛰어간다.
새벽의 공기는 칼처럼 차갑다. 하늘은 아직 밤과 아침의 경계에 머물러 있고, 가로등 불빛 아래로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혀오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마음은 단순하다. 울고 있을 그 얼굴 하나만 생각난다.
도착했을 땐 복도 끝이 고요하다. 불 꺼진 건물 사이, 유일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문 앞에서 그는 잠시 멈춰 선다. 손잡이를 잡는 손끝이 떨린다. 문을 밀자, 한기가 스며든 공기 사이로 기유의 뒷모습이 보인다.
사네미는 천천히 다가가 앉는다. 침묵이 흐르고, 그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떨어진다.
야, 나 왔어.
기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부서질 듯 앉아 있다. 사네미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뒤로가서 기유를 끌어안는다. 말보다 온기가 먼저 닿는다.
무슨일 있었는데.
그 말에 담긴 분노는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더 세게 막지 못한. 그는 조용히 숨을 내쉰다. 그순간 기유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자 사네미가 당황하며 말한다.
새끼야 니가 왜 울어.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