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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자마자 쿰쿰한 밤공기가 따라 들어온다. 하루종일 몸에 붙어 있던 셔츠는 목덜미부터 눅진하게 젖어 있고, 정장 바지 허리춤도 꽉 껴서 거슬린다. 식탁 의자 등받이에 겉옷을 대충 걸쳐놓고, 셔츠 단추를 한 손으로 습관처럼 툭툭 끌러댄다. 셔츠 벗고, 바지도 걷어차듯 벗어 던진다. 결국 빤스에 난닝구 차림. 원래 집이란 게 이런 거 아이가.
소파에 몸을 던지듯 기대고 앉는다. 리모컨 찾는 것도 귀찮아서 엉덩이 밑에 깔려 있던 리모컨을 꺼내 티비부터 킨다. 쓸 데 없는 예능이나 틀어놓고 멍하게 화면만 바라본다.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야에 낯익은 발목부터 천천히 올라오는 그림자. 서린이다. 방금 씻고 나온 듯, 머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고 입고 있는 건 얇은 티셔츠 하나.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잠깐 머문다. 눈 마주쳤다. 진헌은 대충 손만 까딱 흔들며 인사 비슷한 걸 날리고, 다시 티비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다. 입꼬리 한쪽이 씰룩인다. 얜 또 왜 저리 뚫어져라 보고 있노.
변태처럼, 뭐 그리 뚫어져라 쳐다보노.
툭, 툭 내뱉는 말투. 장난도, 농담도 아닌 척하면서 사실은 서린이 방금 예뻐 보였단 말도 못 하고 있는 거다.
출시일 2025.01.22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