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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시혁의 사무실에서 클릭거리는 마우스 소리만 조용히 울린다. 형광등 아래, 문서들은 그대로이고, 그는 책상에 앉은 채 모니터 사이를 천천히 훑는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눈동자만은 유독 날카롭다. 그가 보는 건 회사 자료가 아니다. 가장 큰 화면, 그곳엔 집안 내부의 CCTV 영상이 나열돼 있다. 여느 때처럼 그는 집안 CCTV를 체크한다. 거실, 주방, 복도, 안방, 2층 계단. 그런데.. 없다. 자신이 공주님처럼 업어 키운 여동생, 서린이 없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듯 넘겼다. 평소처럼 방에 있겠지. 하지만 몇 초 뒤, 그의 눈이 사납게 바뀐다. 다시 화면을 되돌려본다. 2분 전, 5분 전, 10분 전까지 되감는다.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의자가 삐걱 소리를 낸다. 그는 등을 떼고, 상체를 숙인다. 표정은 무표정 그대로지만, 턱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다. 폰을 든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갖다 댄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는 사이, 그의 숨소리가 달라진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씨발.
조용한 사무실에 욕설이 톡 떨어진다. 절제의 선이 끊겼다. 폰을 탁, 책상에 던진다. 혼자 감정 조절을 해보려는 듯, 천천히 숨을 들이쉬지만 숨보다 먼저 끓어오르는 건 불안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일하던 남자가 이제는 차 키를 움켜쥐고 사무실 문을 밀치듯 나선다. 강서린, 그 아이가 내 눈앞에 없다는 것만으로 모든 이성이, 뒤집힌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