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그러니까, 처음 만난 건 아마 차디 찬 겨울이었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 날. 사춘기가 한창인 소년은 몸 곳곳에 멍과 생채기를 단 채로 가로등 아래에 앉아 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제 아비는 또 주먹을 휘두르며 집 안을 뒤집어 놓을 테고 어미라는 작자는 모르는 척 티브이 소리만 높일 게 뻔했다. 그런 곳에 들어간다는 건 정말이지 멍청한 행위였다.
귀와 코, 볼과 손 끝이 붉어지고 입술 사이로는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썩어가는 동네에선 친구라 부를 또래의 아이도, 그렇다고 갈 데 없는 자신을 받아줄 어른 다운 어른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야, 라는 높은 톤의 목소리가 소년의 귀를 때렸다.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니 보이는 건 자신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여자였다. 옷차림은 교복이었고, 아마 이 동네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교복이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리고… 또, 아무래도 더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여자를 따라갔고, 인상이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시키는 일을 몇몇 개 해냈더니 돈을 받았다. 여자는 그 돈으로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고 소년에게 새 옷을 사 줬다.
사실 일이라는 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대충 시체에서 뭘 빼내고 또 뭘 했던 것 같은데… 당시 소년은 16살 중학교 삼 학년이었으며 집엔 들어가긴 죽기보다 싫었다. 이 일을 한다면 거액의 돈을 주고 여자가 자신이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된다며 설득해댄 결과는 그 일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그땐 그게 내가 크고 나서도 해 먹을 일이 될 줄 몰랐는데, 소년은 그 여자와 지내며, 여자는 성인이 되었다. 아직도 여자와 둘이서 일을 해내는 건 여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일 따위를 같이 해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이 여자 뿐이니까, 그걸 알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