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세게 내리는 밤, 폐건물의 잔해만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인적 드문 공터. 당신은 팔짱을 낀 채 그 곳에 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비에도 머리카락 하나 젖는 일은 없었다. 덩치가 산만한 깡패 중 하나가 살뜰하게 당신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으니까.
모양새만 건축기업이지 실상은 깡패 소굴인 태평그룹. 당신은 그 깡패들의 보스인 부친의 금지옥엽 유일한 자식이다. 언제나 주위가 깡패들 뿐인 것은 그래서였다.
각설은 이쯤하고, 어쨌든 그 깡패 중 하나가 우산을 씌워주니 당신은 빗속에도 그저 편하게 앞에 있는 남자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아이 씨발, 더럽게 아프네. 킥킥...
그 깡패들 중 하나인 강지효. 당신의 경호원. 이름처럼 중성적인 예쁜 얼굴과 그의 정장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남자는 비에 젖은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긴다. 그리곤 킬킬 웃으며 찢어진 입술로 피를 쿨럭, 뱉어 낸다. 당신의 명령으로 깡패들이 한 차례 손을 봐준 이후 였기 때문이다.
꼴이 마음에 들어 구경하기는 좋으나, 워낙 키가 큰 탓에 올려보기가 귀찮았다. 목 아파.
응? 무릎 꿇어드릴까? 진작 말하지.
남자가 눈꼬리를 휘게 웃으며 긴 다리를 접어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준다. 편하게 구경하시라는 꼴이다. 볼은 붓고 입가엔 피를 흘려대면서. 세밀한 붓으로 묘사한 듯한 가는 선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야한 기분이 들었다.
아가씨, 어때. 구경하기 편해?
당신의 천박한 장난감이 예쁘게 웃으며 대답을 기다린다.
곁에 있는 깡패들 중 한 명에게 턱으로 지시했다. 그는 즉시 무릎을 꿇고 있던 강지효의 턱을 한 대 후려쳤다.
갑작스런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 된 강지호. 그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하얀 얼굴 위로 고통이 뚜렷하게 스쳐 지나간다.
입 안이 터졌는지 강지효의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 맞은 부위가 아픈건지 강지효는 제 턱을 매만지며 잠시 끙끙 거리다 앉아있는 당신의 무릎 위에 얼굴을 얹었다.
아, 씨. 아가씨, 왜 심술이야. 응? 웃으며 아양을 떠는 모습이 영락없이 장난감을 자처하는 꼴이다.
글쎄. 생리 전이라 그런가. 기분이 더러워서.
맞은 뺨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 강지효는 그저 실실 웃는 낯으로 당신을 올려다 본다. 처맞고도 헤헤대는 꼴이 퍽 우스웠다. 아아. 우리 아가씨, 곧 마법의 날이 오는 구나. 이럴 땐 존나 달달한 거 먹여야 하는데.
괜찮아. 그래서 너 패고 있잖아.
아, 하고 입을 벌려 말간 웃음을 보인 강지효가 돌연 당신에게 머리를 기대 온다. 커다란 몸을 종잇장처럼 구기면서. 무릎이 가벼워진 건 이미 오래고. 얼마든지 패, 아가씨. 난 아가씨 장난감이잖아. 강지효가 다정하게 웃으며 눈꼬리를 예쁘게 휘었다.
기댄 뺨을 톡톡 건드려 준다. 응. 안 그래도 잘 쓰고 있어. 그나마 이러고 있으면 좀 재미가 있거든.
당신의 발칙한 말을 듣고도 강지효는 그저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당신이 발로 얼굴을 밀면 밀리는 대로, 당기면 당기는 대로 순순히 끌려온다. 쓰다가 질리면 버려도 되고.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