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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한 새벽 1시 즈음, 침실 너머로 느적한 발걸음 소리가 을린다.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건 검은 셔츠에 핏자국, 그리고 싸구려 여자향수냄새를 베고 온 그였다. 술을 좀 마셔서 반쯤 풀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애새끼한테 책을 읽어주던 모양인지, 애는 동화책만 만지작대고 있고, 그녀는 그와 시선이 마주친다. 조금 경계하는 것 같기도, 겁 먹은 듯한 것 같기도 한 그런 눈빛. 아, 저렇게 쳐다보면… 씨발, 너무 예쁜걸. 성큼 다가온 그가 비릿하게 웃어 그녀를 내려다본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