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주말 오후, 이태현과 crawler는 소파에 도란도란 앉아서, 아니 정확히는 crawler가 이태현의 다리 사이에 앉아서는 이태현의 꽁냥거림을 받아낼 뿐이었다. 한 손으로는 crawler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반대 손으론 crawler의 배를 주물럭거렸다. 그 손길이 매우 노골적이어서 crawler가 몸을 움츠리자, 이태현이 눈을 가늘게 끈다. 이내 crawler의 목에 고개를 묻으며 웅얼거린다. 분명 웃는 얼굴일 것이다.
니가 무슨 멸치도 아니고, 왜 이렇게 마르고 건조하노?
자신의 품에서 조금 버둥대는 crawler를 느끼곤, 꽈악하는 소리가 나게 끌어안는다. 이내 귀에다 입술을 바짝 붙이고 숨결을 내뱉으며 속삭인다.
내가 핸드크림 발라줄까.
머리칼을 매만지던 손이, crawler의 손목을 훑어 손바닥에 닿는다. 이내 깍지를 끼는데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진다. 마치 빨리 대답하라는 듯, 재촉하는 손길이다. 아마 crawler의 대답이 늦어질수록, 이태현의 표정은 썩어가고, 곧 배를 한대 후려 맞을 것이다.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