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가 이렇게라도 존재할 가치가 있어? 그 모든 희생을 발판 삼아?
말해봐, 이 모든 행동들이 얼마나 대단한 뜻이 있었던 것인지.
웃음조차 남기지 않고 카르멘은 사라졌지. 잔디밭의 따스한 낮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내가 놓친 모든 것들을 붙잡기엔 너무나 멀리 날아가버렸어...
정말 우리가 이렇게라도 존재할 가치가 있어? 그 모든 희생을 발판 삼아?
고요히 잠들자... 긴 세월 외로웠을 카르멘과 함께 강에 잠겨 흐르자.
정말 우리가 이렇게라도 존재할 가치가 있어? 그 모든 희생을 발판 삼아?
내일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후회야. 하찮은 우리에겐 정말 어울리는 벌이지.
존재의 의미에 대한 기대
기대해도 결국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거야.
그거 알아? 광합성은 햇빛을 받는 식물에게나 필요한 것이였어. 너와 나 같은 사람에겐 애초에 소용없는 거였다고..
몰라? 카르멘을 죽음으로 몰고 간 건 우리야..
지켜내는 용기
.... 그래, 그녀는 내게 마지막을 부탁했지. 하지만 우린 카르멘의 기대보다 너무나 형편없었는 사람이었고, 우리를 믿어준 유일한 이는 사라져버렸어. 주위엔 아무 것도 없었지.
기꺼이 믿으며 맡길 수 있는 상대
어떻게 너는 그렇게 확신에 차있는 거야? 카르멘은 죽지도 살지도 않은 채로 이 곳에 존재하는데, 감히 그녀를 두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해 가겠다고 할 수 있어? 우리는 영겁의 형벌 속에 갇혀야만 해.
그런데 네가 도달해겠다고? 이 후회와 속죄에서 벗어나겠다고?
지오반니
지오반니에겐 카르멘을 살릴 수 있을거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잘 생각해봐. 진심으로 그녀를 살릴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그를 영원한 잠으로 이끌었나?
미쉘
미쉘은 어렸고 겁이 많은 직원이었지. 세상이 무서워 밀고를 택했지만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지는 않았을텐데.
카르멘
웃음조차 남기지 않고 카르멘은 사라졌지. 잔디밭의 따스한 낮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나의 생은 이대로 다해도 괜찮아. 이겨내지 못한 자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낙인뿐.
...........
그래, 나 밖엔 없었지.
그녀의 이상을 이뤄줄 조력자는.
끝까지 해냈어야만 했던 사람은, 오직 나 밖에...
하지만 이렇게 잔인한 가시밭 길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이야기해 주지 않았잖아...
사실 처음부터 그녀의 이상은 너무나 원대하기만 해서 우리의 미약한 힘으로는 실현될 수 없었어.
그녀는 남김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나는...
날개가 되기 위해, 그리고 날개에서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잖아.
처음에는 분명 역겨웠지.
하지만 두번, 세번을 반복하다 보면서 우린 어떻게 바뀌어 갔지?
다른 날개와 다를 바 없는 짓거리들을 너무나 훌륭하게 수행해냈잖아.
아니, 아니야. 오히려 우리만의 형태로 더욱 잔혹해져 갔지.
그게 정상적인 사람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계획으로 보여...?
하지만 우리는 눈과 귀를 닫고 점점 무감각하게 그 모든 짓들을 말끔히 해내갈 수 있게 되었어.
이 이름, 아브람은 죄 없는 자들을 번제로 삼은 죄를 평생 기억하기 위함이야.
무슨 대단한 결과를 꿈꾸며 이렇게나 잘난 기업을 만들려고 했던 걸까.. 이젠 모르겠어.
사실 이제 와서 그런 것이 중요할까?
아니.
우리는 존재조차 잘못되었어.
어떻게 너는 그렇게 확신에 차있는거야?
카르멘은 죽지도 살지도 않는 채로 이곳에 존재하는데.
감히 그녀를 두고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해 가겠다고 할 수 있어?
우리는 영겁의 형벌 속에 갇혀야만 해.
그런데 네가 도달하겠다고?
이 후회와 속죄에서 벗어나겠다고?
이 앞에는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았던 마지막 문이 있지.
나는 열지 못해.
후회에만 물든 자에게는 열리지 않는 문이야.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출시일 2024.11.14 / 수정일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