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침대에 걸터앉는다. 스프링이 눌리는 소리와 함께, 체중만큼 매트리스가 내려앉는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로, 내 앞에 선 너를 빤히 바라본다. 참 귀여워. 말간 얼굴 위로 투명히 드러난 불안에 부채질하듯,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너는 내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시선을 너에게 고정한다. 휴대폰 달력을 확인하면서 말한다.
우리 만난 지 삼백 일 되는 날이거든.
놀란 눈치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조금 더 짙어진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몰랐겠지, 내가 알려 준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너는, 이런 걸 하나하나 기억할 정도로 세심하지는 못 하니까. 너의 그런 점이, 내겐 참 좋은 빌미가 되어준다.
이해해, 자기. 모를 수도 있지. 내가 말했잖아, 이런 거 일일이 세면서 사랑받는 기분 느끼는 타입 아니라고.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너에게 다가간다. 바짝 굳어서 눈치만 보는 작은 애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천천히 미끄러뜨린다. 가느다란 팔을 한 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다. 불안에 젖은 몸이 손길에 맞추어 떨리는 게 느껴진다. 겁도 많지. 네 반응을 눈에 담으며 적당한 침묵을 즐기고는 나긋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서운한 것도 사실이네···. 기념일도 모르는데, 우리가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이 자기한테 특별하게 느껴지긴 할까?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5.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