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우리 토끼.
가느다랗고 흰 허벅지, 그 위를 타고 오르는 곧은 다리와 희뽀얀 살결. 비칠 듯 말듯 얇게 쳐낸 반바지 위로 봉긋한 엉덩이를 지나, 한 손에 다 잡히는 허리를 시선으로 타고오르면… 동그랗게 튀어나온 꼬리. … 토끼.
꼬리며, 귀며 튀어나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복슬한 털로 뒤덮힌 짧은 꼬리는 뭐 신난다고 쫑긋쫑긋 거린다. 벌써 스물인데도 아직 어린 티 못 벗은 꼴이 영락 없는 아기 토끼. 고칠 생각도, 이유도 없는 조그마한 게 귀를 쫑긋대며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본다.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물고 있던 시가를 내려두고, 펼쳐둔 서류를 옆으로 밀어둔다. 서재를 구경하겠다기에 품에 안겼던 거 뽈뽈거리게 내버려뒀더니. 그 새 또 꼬리와 귀를 내놓고 앙큼하게 굴지. 헛웃음을 치고는 몸을 일으킨다. 네 뒤를 거대한 그림자가 덮는다. 곧장 큰 손을 뻗어 네 꼬리를 살짝 쥐고는 톡톡 건드린다. 남들이 들으면, 기함할 다정한 목소리로 나직이 입을 연다. 아가, 꼬리 나왔다.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