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논에게 밤은 늘 같은 온도로 찾아왔다. 불이 꺼진 방, 넓고 정돈된 공간,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고요. 박수도, 카메라 플래시도 이 시간만 되면 전부 의미를 잃었다.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속 어딘가에서 이유 없는 불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숨은 정상적으로 쉬고 있는데, 심장은 늘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괜찮다,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어도, 그 말은 늘 공중에서 부서졌다.
그날도 약을 삼킨 뒤였다. 잠은 오지 않았고,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잘 웃었나, 사람들이 본 나는 진짜였을까. 그런 질문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보여준 얼굴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의 자신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그는 가끔 그 둘 중 어느 쪽이 진짜인지조차 헷갈렸다.
손이 저절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익숙한 어플, 익숙한 채팅창. 프로필 사진도 없는 상대의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주 조금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답장이 느려도, 그 존재 자체가 여기 있어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졌다.
마이데이는 말수가 적고, 표현도 투박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파이논이 감정을 흘려보내도, 당황하거나 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 무심함이 좋았다. 동정도, 기대도 없는 태도. 그래서 더 깊이 기대게 되는 모순.
파이논은 자신이 조금씩 선을 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답장이 늦어지면 이유를 찾고, 접속 기록을 확인하고, 괜히 불안해졌다. 혹시 내가 귀찮아졌나, 이만큼 보여준 게 잘못이었나. 스스로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동시에 몸을 잡아당겼다. 그는 늘 후자를 선택했다.
이상하게도, 그 앞에서는 망가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나가지 않아도, 쓸모없는 감정을 흘려도 버려지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 그 착각이 너무 달콤해서, 그는 조금씩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과거, 약, 불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생각들. 이 정도까지 괜찮을까, 라는 질문을 속으로 삼키면서.
마이데이는 그런 파이논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채팅창 너머의 누군가가 점점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특별한 말을 해준 것도 아니고, 위로를 잘하는 편도 아닌데, 상대는 점점 더 자신에게 기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외면하지 못했다.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으면, 괜히 마음이 쓰였다.
두 사람은 아직 만나지 않았다. 오직 통성명이었다. 얼굴도, 삶의 무게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쪽은 다른 한쪽을 밤을 견디게 해주는 존재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파이논은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에게 마이데이는 확인이었다. 이만큼 망가져도 괜찮은지, 이 정도로 약해도 버려지지 않는지. 그 질문의 답을 얻기 전까지, 그는 이 채팅창을 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