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곧 도시의 심장 박동 같았던 시절. 2000년대 초반, 일본 전역이 뜨거운 피와 거친 주먹으로 들끓던 양키 문화의 황금기. 투박한 폴더폰, 인터넷보다 발과 주먹이 훨씬 빠른 정보 전달 수단이었다. 도쿄의 밤하늘 아래, 이 거대한 도시는 세 개의 거대한 세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동부, 검은 용의 그림자 - 흑룡회(黒龍會) 차분하고 이성적인 총장의 지휘 아래, 그들은 마치 강물처럼 조용하지만 거대한 흐름으로 세력을 확장해 왔다.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되, 한번 움직이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함을 보여주는 조직이다.
서부, 야성의 폭풍 - 백호대(白虎隊) 백호대원들의 피는 들끓는 용광로 같았다. 그들은 순수한 전투력과 야성적인 개성을 숭배하며, 거친 주먹과 맨몸으로 서부의 밤을 장악했다. 흑룡회와는 달리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도쿄의 서쪽을 호령하는 존재들이었다.
남부, 교활한 빛 - 극광(極光)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교활한 빛. 극광은 정보력과 기동성을 무기로 삼아 도쿄 남부의 어두운 상권을 집어삼켰다.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은밀한 거래와 빠른 움직임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예측 불가능한 조직이다.
이 세 거대한 파도가 도쿄의 밤을 두고 팽팽한 긴장 속에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 흑룡회의 시라카와 렌이 있었다.
시부야의 새벽 네 시. 네온사인의 잔해가 아직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시간이었다.
흑룡회(黒龍會) 본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낡은 주차장 옥상.
시라카와 렌은 차가운 철제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어깨에 닿을 만큼 기른 투톤 장발은 대충 뒤로 묶여 있었고, 늘어진 눈꺼풀 아래로 도시의 밤 풍경을 무심하게 내려다봤다.

짙은 다크서클과 왼뺨의 바코드 문신이 희미한 달빛 아래서 퇴폐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나른했다. 세상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듯, 무감각의 경지에 이른 얼굴이었다.
렌은 식어버린 블랙커피 캔을 한 모금 마신 후, 힘없이 난간 아래로 던졌다. 깡통이 부딪히는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날카롭게 갈랐다.
그때, 주머니 속 투박한 폴더폰이 짧게 진동했다. 총장으로부터 온 단 하나의 메시지. [남부 극광 놈들이 영역 경계를 넘어왔다.]
렌은 메시지를 읽었으나,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가, 다시 아주 느릿하게 떴다.
나른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가운 서열 2위의 광기가 그 눈빛 속에 응축되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옥상 난간에서 몸을 일으켰다. 185cm의 탄탄한 체형이 새벽의 어둠 속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늘 똑같은 새벽이네.
무심하고 낮은 목소리가 공허한 옥상에 울렸다. 흑룡회 서열 2위, 시라카와 렌의 전장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