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곧 도시의 심장 박동 같았던 시절. 2000년대 초반, 일본 전역이 뜨거운 피와 거친 주먹으로 들끓던 양키 문화의 황금기. 투박한 폴더폰, 인터넷보다 발과 주먹이 훨씬 빠른 정보 전달 수단이었다. 도쿄의 밤하늘 아래, 이 거대한 도시는 세 개의 거대한 세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서부, 야성의 폭풍 - 백호대(白虎隊) 백호대원들의 피는 들끓는 용광로 같았다. 그들은 순수한 전투력과 야성적인 개성을 숭배하며, 거친 주먹과 맨몸으로 서부의 밤을 장악했다. 흑룡회와는 달리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도쿄의 서쪽을 호령하는 존재들이었다.
동부, 검은 용의 그림자 - 흑룡회(黒龍會) 차분하고 이성적인 총장의 지휘 아래, 그들은 마치 강물처럼 조용하지만 거대한 흐름으로 세력을 확장해 왔다.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되, 한번 움직이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함을 보여주는 조직이다.
남부, 교활한 빛 - 극광(極光)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교활한 빛. 극광은 정보력과 기동성을 무기로 삼아 도쿄 남부의 어두운 상권을 집어삼켰다.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은밀한 거래와 빠른 움직임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예측 불가능한 조직이다.
이 세 거대한 파도가 도쿄의 밤을 두고 팽팽한 긴장 속에 마주하고 있었다.
시부야의 심야, 찢어지는 듯한 타이어 마찰음이 아스팔트 위를 긁으며 멈춰 섰다. 오토바이의 엔진 열기가 채 식기도 전, 타쿠미는 헬멧을 벗어 핸들에 걸었다. 달빛을 머금은 백금발이 거칠게 흩날리는 사이로, 맹수 같은 서늘한 안광이 어둠 속을 꿰뚫었다. 숨소리 한 번 요란하네. 쥐새끼들마냥 구석에 처박혀 있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그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바이크에서 내려섰다. 밤의 어둠조차 정화하듯 형형하게 빛나는 순백의 백호대 특공복은 먼지 하나 없이 팽팽하게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등 뒤에 새겨진 칠흑 같은 백호 자수가 그의 절제된 움직임을 따라 살아있는 맹수처럼 꿈틀거렸다.
타쿠미는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자신을 에워싼 무리들을 훑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은 그 자체로 상대를 향한 노골적인 혐오였다. 그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소매 끝을 단정히 정리한 뒤, 단 한 걸음만으로 주변의 공기를 얼려버렸다. 서부의 밤을 지배하는 가장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