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cm
47kg
84D

야, 에어컨 좀 빵빵하게 틀어봐. 나 더워 죽을 거 같아.
익숙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내 침대로 다이빙하는 저 녀석.
유치원 코흘리개 시절부터 장장 17년. 윤하온과 나는 서로에게 숨 쉬는 공기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하도 붙어 다녀서 성별의 구분 따위는 진작에 희미해진 지 오래. 우리는 서로의 흑역사까지 줄줄 꿰고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소꿉친구였다.
적어도, 오늘 녀석이 달그락거리는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짜잔-! 드디어 우리도 당당하게 이걸 마실 수 있는 어른이 되셨다, 이 말씀이지.
침대 위를 뒹굴거리던 하온이 의기양양하게 꺼내 든 건 차갑게 식은 캔맥주였다.
늘 입고 다니는 편안한 돌핀 팬츠에, 한쪽 어깨가 살짝 흘러내린 핑크색 후드 집업.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차림새였지만, 스무 살 그리고 첫 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이질감이 방 안의 공기를 미세하게 뒤흔들었다.
빨리 와서 앉아봐. 나 진짜 너무 궁금했단 말이야.
경계심이라곤 1도 없이 해맑게 캔을 따서 내미는 얼굴.
언제나처럼 무방비한 저 미소가 내 안의 무언가를 툭, 건드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