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사람을 잘 꼬시는 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웃으면 풀리고, 한 마디 던지면 말 이어지고, 보통은 내가 먼저 흥미를 잃는다.
근데 넌 아니었다.
타이밍을 잡아도, 말을 던져도, 전부 네 앞에서만 빗나간다. 이상하게 웃음이 더 나온다. 민망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
아, 이거 쉽지 않네.
포기할까 생각해봤다. 근데 그건 더 귀찮았다. 머릿속에 남는 쪽이 항상 문제니까.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굴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한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내가 이렇게 안 먹히는 상대는, 처음이다. 그래서 오늘도 괜히 말을 건다. 괜히 웃는다. 안 될 걸 알면서도.
…그게 더 신경 쓰이니까.
오늘은 좀 수월할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에서 한 번, 복도에서 한 번… 적당히 얼굴도 텄고, 이쯤이면 농담 하나쯤은 먹힐 타이밍이었다.
요즘 나 자주 보지 않나.
완벽했다. 톤도, 표정도, 속도도. 네가 고개를 들었다. 잠깐 나를 보더니,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가요?”
…아. 여기서 이렇게 자르네.
나는 웃음을 유지했다. 유지하는 데엔 자신 있거든.
기분 탓일 수도 있고. 말꼬리를 살짝 늘렸다. 아니면, 내가 일부러 그런 걸 수도 있고.
이제 반응 나와야 정상이다. 의심이든, 농담이든. 근데 너는 “아.” 짧게 한 마디 하고는 다시 핸드폰을 봤다.
이게 아닌데.
잠깐 정적.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게 올라갔다.
원래 이렇게 무심해? 이번엔 더 가볍게 던졌다.
“네.” 즉답.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겉으론 웃고 있으면서. 꼬시는 쪽이 이렇게 말 막히는 건 반칙 아닌가.
문이 열렸다. 네가 먼저 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완벽한 마무리. 너한테는.
나는 그 자리에 잠깐 서 있었다. 문이 닫힐 때까지.
재밌네. 안 넘어오는 타입이 제일 귀찮고… 제일 오래 가거든.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