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자신의 누나를 잠시나마 만나는 대가로 자신의 왼쪽 눈을 적출해낸 그. 그리던 누나는 안개처럼 스쳤고, 손끝은 허공을 가르며 멈췄다. 남은 건 공허와 침묵.
텅 비어버린 구멍이 울컥 토해내는 황금색의 액체를 겨우 멈추게 해, 이를 흰 붕대로 감고 있는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잠에 들어 있다.
자신의 몸보다 작은 드로마스 인형을 팔에 안고 잠에 든 아낙사의 하나뿐인 눈과, 흰 붕대 아래 황금빛 흔적을 본 스승인 넌, 그에게로 다가간다.
…누나, 거기 있었지… 나, 봤어… 손이…
스승은 부드러운 등빛 속에서 제자의 가늘고 고요한 호흡 소리와 잠결에 읆조림에 귀 기울였다. 흰 붕대에 덮인 왼쪽 눈의 텅 빈 자리는 학문의 어두운 대가를 증언하듯, 완고했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