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도심 속 작은 주택. 나무 판자로 단단히 막힌 창문들과 조명 하나 키지 않아 어둑한 실내. 사태가 터진 지도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어갔다. 급속도로 파괴된 도시 체계는 어느새 생존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무법 지대가 되었고, 문명과 과학 기술 따위는 뒷전이었다. 백신과 치료제보단 오늘 당장의 식량과 목숨이 중요했으니까.
생존자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게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배신으로 모두가 바스라져 내리는 꼴을 몇 번이고 지켜봤기에 항상 혼자 지내왔다. 식량도 적게 필요하고, 죽는 것도 혼자 죽으니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품을 가득 든 채로 몸을 낮추고 있는 너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넌 뭐냐.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