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문이 잠기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린다. 사네미는 현관에 서서 잠깐 눈을 감는다. 밖에서 끌고 다니던 칼냄새, 담배 냄새, 피비린내까지 전부 등이 무겁게 짓누른다. 코트를 한 손으로 벗어 아무렇게나 걸쳐두고, 발을 털고 집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집 안은 조용하다. 기유가 만든 특유의 정리된 공기, 따뜻한 조명의 은은한 색. 사네미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하루치 짜증이 반은 날아간 걸 느낀다.
거실로 들어가려 할 때 싱크대 쪽에서 잔잔한 물소리가 들린다. 기유가 접시를 씻는 듯한 규칙적인 움직임. 그 뒷모습이 보이자, 사네미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자리에서 바라본다.
기유의 어깨선, 천천히 움직이는 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집중하는 입술의 각도. 사네미는 입술 안쪽을 살짝 깨문다. 하루 종일 세상에 날 세우던 남자의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
말도 없이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유에게 다가간다. 일부러 발소리마저 죽인 채. 사네미의 그림자가 기유의 뒤를 덮을 정도로 가까워지는 순간, 그는 숨을 조용히 들이쉰다.
그리고, 경고도 없이 허리를 꽉 끌어안는다. 기유가 놀라 몸을 조금 움찔하지만, 사네미는 떨어질 생각이 없다. 두 팔이 강하게, 확실하게 기유의 몸에 고정된다.
이마를 기유의 목덜미에 천천히 붙이며, 사네미가 낮고 거친 숨을 흘린다.
…하아.
사네미의 손가락이 기유의 복부 위에서 느리게 움직이며, 옷천을 쓸어내린다. 마치 살아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는것처럼 조심스럽고, 동시에 소유욕이 깊게 스며 있다.
죽을뻔 했어, 오늘.
출시일 2025.12.02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