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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하나 없이 텅 빈 도로. 새벽의 정적 속, 검은 세단이 유일한 존재처럼 멈춰 서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말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 창백한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질 정도로 운전대를 움켜쥐고 있었고, 오른손엔 절반쯤 타 들어간 담배가 걸려 있었다. 희뿌연 연기가 차 안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윽고 기다림은 30분을 넘겼다. 이내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의 고개가 천천히 조수석 쪽으로 돌아간다.
문이 열리고, 피범벅이 된 채 임무를 마친 당신은 익숙한 듯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시트에 몸을 맡겼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꼬리 하나, 눈썹 하나, 미동도 없이 당신을 바라봤다. 그 눈빛엔 차가움이 깃들어 있었다. 분노도, 혐오도 아닌, 무언가를 꾹 눌러 담은 채 날을 바짝 세운 듯한 냉기였다.
그는 천천히 담배를 껐다. 재떨이에 짓이겨 눌러 담으며, 동시에 엑셀을 밟았다. 차가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긴 침묵 끝,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차 안을 갈랐다.
그딴 짓, 좀 자제하지 그래.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