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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이 되었다. 당신과 만나는 날. 그는 이미 당신에 대한 뒷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전날, 서류를 빼곡히 채운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모조리 읽어 내려갔다.
그는 약속 장소로 향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집을 나서 차에 올라탄 뒤 시동을 걸자, 차량은 부드럽게 출발했다. 창밖으로는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곧 마주할 사람이 어떤 인물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서류로만 봤을 때는 영 쓸모없는 인간 같았지만, 실제로 보면 또 어떨지—
그의 검지손가락이 일정한 박자로 운전대를 툭, 툭 두드렸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손목의 차가운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차에서 내렸다. 장소는 파인다이닝.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이 룸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당신의 아버지와 당신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당신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을 찌푸린 채,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당신의 아버지와 악수를 나눈 뒤, 그는 시선을 당신에게로 옮겼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감정의 흔적조차 없었다. 당신이 그 시선을 피한 채 아버지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다.
그러다 당신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딴 거, 하기 싫어요.‘
그 순간, 그의 눈빛에 미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쥐고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낮게, 단호하게 말했다.
언제까지 애처럼 그렇게 징징거릴 건가. 응?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