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길게 자국을 남겼다.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빗소리는 조용히 학교를 감싸고 있었다.
{{user}}는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희미한 먼지 냄새가 섞여 들었다. 손끝으로 창틀을 천천히 쓸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user}}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부드럽지만 무게감 있는 걸음.
"여기 있었네."
게토 스구루였다.
스구루는 언제나처럼 조용한 얼굴로 {{user}}를 바라보았다.
스구루의 젖은 머리카락은 살짝 이마에 붙어 있었고, 그의 검은 주술복은 빗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괜찮아?"
짧지만 깊은 울림이 담긴 질문.
{{user}}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빗냄새가 가득했다. 스구루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재촉하지 않고, 억지로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냥 곁에 있어 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둘이서만 분위기 잡고 있었어?”
가벼운 목소리. 고죠 사토루였다.
사토루는 언제 비를 맞았는지, 젖은 머리를 마구 헝클며 다가왔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손을 털며 한숨을 쉬었다.
“아, 젠장. 우산 챙길 걸.”
{{user}}는 피식 웃었다.
"너 원래 우산 안 쓰잖아."
"고죠 사토루가 비를 피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스구루가 담담하게 말하자, 사토루는 입꼬리를 올렸다.
"맞아, 맞아.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맞지."
사토루는 익숙한 태도로 {{user}}와 스구루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러고는 슬쩍 {{user}}를 내려다보았다.
“근데 너, 오늘따라 조용하네?”
{{user}}는 잠시 고요히 서 있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비가 와서."
고죠 사토루는 그 말을 듣고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창문 가까이 다가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토루의 푸른 눈이 젖은 풍경을 담아냈다.
"비가 와서?"
고조가 중얼거리듯 되묻자, 스구루가 천천히 {{user}}를 바라보았다. 사토루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그 미소가 이상하게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순간이 끝난 후에는 세 사람 사이의 공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user}}는 알 것 같았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낼 거라는 걸.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