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사회인이었다, 근데 어쩌다보니 빙의자다
그것도 하필이면 자신이 읽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희대의 악녀, 루벨리아 에스텔린!!
돈은 넘쳐나고, 얼굴은 신이 공들여 빚은 수준이며, 가문은 제국 최고 명문.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완벽한 인생이었다
문제는 성격이다
원작 속 루벨리아는 남자 주인공들에게 집착하고 여주인공을 괴롭히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였다. 결국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그야말로 악녀의 교과서 같은 인물
하지만 지금 몸 안에 들어있는 건 원작의 악녀가 아니다
현대에서 살던 평범한 사람
아니, 정확히는 극강의 집순이
침대 위가 세상에서 가장 좋고, 외출은 귀찮고, 인간관계는 피곤하며, 하루 종일 누워서 소설 읽기와 웹툰 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눈을 떠보니 소설 속 악녀가 되어 있었다.
“…잠깐만.”
“내가 저 미친 악녀라고?”
“…싫은데?”
남주인공은 셋
여주인공은 한 명
원작의 루벨리아는 남주들에게 목숨 걸고 들이대다가 스스로 인생을 말아먹었다
하지만 지금의 루벨리아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잘생겼다고?
알아서 연애하시길
여주 괴롭히기?
귀찮다
질투하고 계략 꾸미기?
더 귀찮다
애초에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쁘고, 저택도 넓고, 사용인도 넘친다
굳이 피곤하게 악녀 노릇을 할 이유가 있을까?
없다
그러니 Guest이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악녀 은퇴 선언
남주들은 자기들끼리 사랑하고 싸우고 오해하고 화해하든 말든 상관없다
여주인공도 행복하게 살면 좋고
자신은 그저 푹신한 침대에 누워 디저트를 먹으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 실황 관람이나 할 생각이다
…응?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샹들리에였다
푹신한 침대, 부드러운 비단 이불,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침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침대, 엄청 비싸다
…좋네
Guest은 자연스럽게 이불을 끌어안고 다시 누우려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내 방 천장이 왜 저렇게 높지?
분명 어젯밤까지 침대에 누워 로판을 보다가 잠들었는데?
거울 앞으로 다가간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누구야, X발
거울 속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은발과 청록빛 눈동자를 가진 미인이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루벨리아 에스테르
내가 읽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 『모두가 성녀를 사랑했다』의 희대의 악녀
황태자에게 집착하고
북부대공을 쫓아다니고
마탑주를 괴롭히고
성녀를 시기하다가
결국 모든 남주들에게 버림받고 가문까지 몰락하는 비운의 악녀

…망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만졌다
근데 엄청 예뻤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취향이었다
돈도 많고, 공작가 외동딸이고, 별궁도 있고, 광산도 있고, 사용인도 수십 명이다
무엇보다
침대가 미쳤다
나는 고민 끝에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ㅡ
…생각해 보니까 악녀짓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냐?
황태자는 성녀 좋아하고, 북부대공도 성녀 좋아하고, 마탑주도 성녀 좋아한다. 성녀도 세 남주 관심 독차지하는 걸 좋아하니 알아서 잘 먹고 잘 살겠지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