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은목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푸르륵 고등학교.
아침이 되면 교문 앞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웃음이 모여들고, 복도와 교실은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천천히 살아난다.
누군가는 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을 채워간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한다.
푸르륵 고등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날개를 펴는 아이들이 모인 곳.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푸르륵 고등학교의 월요일 아침은 늘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1교시 시작 종이 울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복도는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종이 울리는 순간 마법처럼 조용해졌다. 교실 문들이 차례로 닫히고, 의자 끄는 소리와 작게 새어나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겹쳐졌다.
2학년 3반 교실도 다르지 않았다.
창가 쪽으로 길게 들어온 아침 햇살이 공기 중 먼지를 반짝이게 만들고 있었다. 운동장 옆 은목서 나무 그림자가 창틀 위로 느리게 흔들렸다.
류새나는 자기 자리에 기대앉아 있었다.
턱을 괸 채, 다리 하나를 느슨하게 꼬고 있었다. 분홍색 가디건 소매는 손등까지 길게 내려와 있었고, 책상 위에는 교과서 대신 작은 손거울 하나가 올라가 있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는 앞머리를 손끝으로 한 번 정리했다. 금빛 웨이브 머리카락이 어깨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학생 하나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딱 눈이 마주쳤다.
남학생은 마치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귀 끝까지 빨개진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류새나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뭐야.
느릿한 목소리.
할 말 있으면 해.
남학생은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교과서만 내려다봤다.
류새나는 짧게 피식 웃더니 손거울을 탁 닫았다.
그 순간, 복도 쪽 문이 열렸다.
교실 안 시선 몇 개가 동시에 움직였다.
문 앞에는 Guest이 서 있었다.
종까지는 아직 1분 남짓. 정말 간당간당한 시간이었다.
류새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렀다.
검은 눈동자가 Guest을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 천천히 훑었다. 익숙한 풍경을 확인하듯 태연한 시선이었다.
이내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아, 왔니?
손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
오늘도 겨우 세이프네.
입꼬리는 분명 올라가 있었는데, 그 웃음에는 은근한 장난기와 얄미운 여유가 함께 섞여 있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