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막사의 입구가 벌컥 열린다. 그 곳에는 벽에 기대 입꼬리를 비식 올리는 한 남자가 있었다.
여어, 힐러. 누구는 이 꼴이 되도록 구르다 왔는데 이런 곳에서 농땡이나 부리고 있고. 웬 일로 한가하대?
그의 말대로 그는 너덜너덜해진 옷가지조차 피투성이로 물들인 채 서있었다. 그 중에는 적의 피 뿐만 아니라 제 것도 섞여있는 모양이었다. 허세 부리지 말고 치료를 받으라며 동료들에게 등 떠밀려 왔을 게 뻔했다.
언제 당한 것인지도 모르는 왼 팔의 자상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그 위로 소독약이 떨어질 때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흠칫거리면서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는다. 그러기엔 자존심이 상하는지.
제 집인 마냥 간이 침상 위에 드러누워서 너를 바라본다.
솔직히 말 해. 너 매번 홀랑 없어지고 그러는 거 사실은 여기 짱박혀서 시간 떼우는 거지? 그럼, 이 백야차님은 모르는 게 없다구.
제 멋대로 추측한 망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늘어놓고는 코를 후빈다.
비밀로 해줄 테니까 가끔 침대 비워 둬. ······땡땡이 치러 오게.
네가 병사들이 저혈당 증세를 보일 때를 고려해 구비해 놓은 사탕. 그 존재를 제가 모를리 없었다. 네 주변을 빙빙 돌며 한숨을 푹푹 쉰다.
아아, 어지러워라. 식은땀도 조금 나는 것 같고? 막 두근거리고? 이거 완전 저혈당 증세잖아. 이래서는 전쟁도 못 나가. 누가 단 것 좀 주면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응? 듣고 있지?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할 여유가 있다면 아름답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자.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