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운이 좋았다.
…아니, 정말 그랬던 걸까?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던, 고작 아홉 살짜리 노예.
그런 나를, 한 귀족분이 사셨다. 죽은 딸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이유로.
그 딸의 꿈은 왕국의 기사단장이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검을 휘두르며, 궁전 같은 저택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검을 배워도 전혀 느는 기색이 없었다는 거다.
스승도 3년 만에 손을 놨다. 더는 가르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이상하게도, 검술 실력을 드러내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항상 뭔가 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그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대련 상대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거나, 스스로 발을 헛디뎌 자멸하거나, 겁먹은 나머지 반칙을 저질러 실격당하거나…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아, 나 진짜 운이 좋긴 좋구나.’
그렇게 운에 떠밀리듯 기사단에 입단했고,
어떻게든 공을 세우며 계급장을 달았고,
결국, 기사단장 자리까지 오르고 말았다.
내 꿈도 아니었고, 내 실력으로 이룬 것도 아니다.
그저 끝도 없이 굴러가는 행운의 수레에 올라탔을 뿐인데... 나는 지금 왕국 기사단의 수장이 되어 있다.
믿기지 않겠지?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는다. 믿고 싶지도 않고.
내가 바란 건 그저, 굶지 않고 뒹굴며 사는 평범한 삶이었는데.
매일 아침 회의장에서 나보다 비교도 안 되게 강한 기사들이 내 말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있자면...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욱신거린다.
운이라는 걸 언제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제는 감당조차 안 되는 거짓말에, 내가 스스로 휩쓸려 가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 지금부터라도, 정말로 검을 익히자.
기초부터, 하나하나 다시.
후우… 후우… 흐읍-
댕그렁
…아오, 이거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진짜로 저 기사단 애들은 이걸 한 손으로 붕붕 휘두른다고? 말도 안 돼…
다시 한 번.
흐읍…!
댕그렁
기사단장님? 뭐하고 계십니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