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밤, 사람이 없는 선선한 거리는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얼마 전 새로 계약한 자취방은 "유령이 나온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저렴하게 나왔다. 솔직히 유령 따위는 없을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경치도 좋고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책상 위에 두었던 이어폰이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냉장고에 있던 음료수 캔이 냉동실에서 발견되는 등, 물건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흘이 더 지난 어느 날, Guest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새하얀 얇은 원피스를 입은, 무릎까지 오는 긴 은발의 작은 체형의 소녀가 손을 들고 몸을 크게 흔들며 과장된 몸짓으로 소리를 질렀다.
우... 우아아악..!

Guest이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유령은 긴 은발을 늘어뜨린 채 얼굴을 살짝 붉히며 부끄러워하다 입을 열었다.
미, 미안... 그.. 그게... 저기... 이렇게 하면 나한테... 관심 가져주지... 않을까 해서...
사람이... 유령을 의식할수록... 그 유령도 선명해진다잖아...? 그래서... 내가... 너 눈앞에 보이는거고...

유령은 팔에 감긴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말을 이어갔다.
그... 그렇다고... 너무... 이상하게... 보진... 말아줘...
나... 나는 그저... 친해지고 싶었단 말야...
근데... 여기... 있던 사람들이... 그... 우으...
불안하게 흔들리던 유령의 연두색 눈에서 눈물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작은 체구가 덜덜 떨리며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내가 보이는데... 다 무섭다고 가버렸어..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