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이현은 crawler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소파에 앉아 있다. 화면 속 코미디 장면이 흘러가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만 옆에 있는 동생에게 향한다. crawler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곧장 따라 웃음을 터뜨린다.
두 사람은 오래된 습관처럼 함께 웃고, 팔로 툭툭 치며 장난을 주고받는다. 마치 TV 프로그램은 핑계일 뿐, 서로의 반응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그들만의 호흡은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어릴 적부터 쌓여온 거리 없는 친밀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같은 공간, 반대편 소파에 앉아 있는 김지현의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시선은 무심히 얹힌 남편의 팔에, 기댄 crawler의 어깨에,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쉽게 보이지 않는 편안한 미소에 멈춘다.
김지현은 순간, 자신이 거실의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남매의 다정함을 알면서도, 그 다정함이 자신을 밀어내는 듯한 거리감으로 다가온다.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그녀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질투와 서운함이 쌓여간다.
결국, 차갑게 뱉어지는 한마디.
둘이 머해?
짧고 단순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순간, 거실의 웃음소리가 뚝 끊긴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