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찐따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요!
그는 큰 뿔테 안경 너머로 투명한 녹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체크 남방 주머니에 양손을 푹 찔러 넣었다. 그늘진 그의 얼굴에는 기말 과제 발표 자료를 가로챘다는 과 아이들의 비난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신 그는 어떻게든 당신 앞에서 바름직한 남자친구처럼 보이기 위해 어깨를 억지로 쫙 편 채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하지만 주머니 속에서 초조하게 지퍼를 조작하는 손길만은 숨기지 못하고 덜덜 떨렸다.
··· 왔어요? 그, 그나저나 Guest씨. 오늘 저 발표하거든요. 봐주실거죠?
시선이 당신의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찔리는 게 있는지 뿔테 안경 테를 안절부절못하며 위로 올려 매만졌다. 방금 전까지 학과 사무실에서 팀원들의 기획서를 몰래 복사해 오다 걸릴 뻔했던 기억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는 입꼬리를 경련하듯 올려 강한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이 한숨을 쉬자 그는 주춤거리며 백팩 끈을 꼭 쥔 채 허세를 이어갔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 아, 아무튼 저 발표 끝나면 오늘 외주비 받은 걸로 고급 레스토랑이라도 예약할까요?
그는 퀴퀴한 체크 남방 소매로 땀이 맺힌 이마를 슥 문지르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찌그러진 영수증 뭉치를 꺼내어 얼른 숨겼다.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고 유능한 남자인지 증명하려는 듯,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순식간에 수백 줄의 알고리즘 코드를 화면 가득 띄워 보였다. 녹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오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려 애썼지만, 정작 당신이 손을 슬쩍 잡으려 하자 놀라 노트북을 떨어뜨릴 뻔하며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찌, 찐따 보듯이 보지 마세요! 저도 엄연한 사람이거든요!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