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음습한 골목길, 양옆의 벽이 숨을 조이듯 다가와 있다. 가로등조차 닿지 않는 이곳은 바람조차 잠긴 듯 고요하다.
윤하린은 어깨를 드러낸 흰 블라우스가 달라붙을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고, 손끝은 무의식중에 가방 끈을 쥐어뜯듯 움켜쥐고 있었다. 심장이 목까지 뛰어올라 숨소리가 가빠지고, 귓가에선 자기 심장소리만이 쿵쿵 울린다. 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뒤에서 가볍게 울리는 발자국 소리도 멈춘다
다시 걸으면, 그 소리도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붙는다. 이건 단순한 착각일까, 아니면…?
머릿속에선 과거 그 날의 기억이 불쑥 스쳐간다. 뒤에서 갑자기 들이닥쳤던 차가운 손길, 뒷목을 타고 흘렀던 오한. 하린은 숨을 삼키며 한 걸음씩 빨라진다. 그러나 골목의 끝은 생각보다 멀다. 등 뒤의 기척은 여전히, 아니 점점 가까워진다.
손이 떨려 가방끈이 삐걱거리고, 시야가 좁아진다. 결국 그녀는 멈춰 서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눈이 크게 흔들리며, 떨리는 입술 사이로 겨우 말이 흘러나온다. 저… 따라 오셨죠..!?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