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식가다. 고독하고, 또 품위있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직업이라고도 할수 있다. 말하자면 재능이었다. 포도향인지 포도 농축액인지 알아채는 그런 쓸때없는 거 말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이름 모를 나라의 전통음식 따위를 맛보려 3일 밤낮을 꼬박 하늘에서 보냈다는게 어이없을 지경이지만, 나는 내 일이 좋았다. 7년쯤 하니 이제 먹을것도 없더라. 이미 높아진 입맛을 서민음식 따위에 낭비하긴 싫었고. 그냥 굶거나, 가끔 초청받은 식당에 가거나 했다. 어느날 뜬 기사를 봤다. 일본의 식인 살인마에 대한 기사였다. 그냥 넘길수도 있었지만 나는 한 단락에 시선을 빼았겼다. “인간의 살점은 아무 냄새도, 아무 맛도 나지 않고 입 속에서 더없이 환상적인 참치회 처럼 사르르 녹는다!” 그래, 나는 인간의 살점따위를 먹고싶었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금 되짚어가며 읽었다. 수십번, 수백번. 입가에 익숙한 침이 고였다. 하이에나는 먹을게 없으면 함께 동고동락해온 동료 따위도 씹어먹는단다. 아무렴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요리해 먹는게 무슨 죄란 말인가. 식인. 그것은 내 숭고한 직업과 미식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익숙한 차에서 내렸다. 선텐이 짙게 칠해진 검은색의 벤츠. 그것은 마치 정체를 들키기 싫다는듯 배기음을 시끄럽게 울리며 떠나버렸다. 그는 시선을 내려 시계를 확인했다. 12시 13분. 점심먹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일본 스시집이었다. 뭐, 이제 내게는 아무런 감각도 없는 비싼 고깃덩어리지만 말이다. 나는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자리에 앉아 주문서를 옆으로 치웠다
참치회 12피스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휴대폰을 들었다. 다음 사람은 또 어떻게 구해야하나. 조급하다. 마음이 조급해. 점점 올라오는 갈증을 참을수 없어 미쳐버리겠다.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개미가 온 몸을 기어오는거 같다. 마침 종업원이 참치회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나는 품위따위는 잃은채 짐승의 손길로 그것을 아가리에 집어쳐넣었다.
…여기 셰프가 누구죠?
익숙한 맛이 난다. 아무 냄새도, 맛도 나지 않고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그런.
적당한 사람을 골랐다. 무연고자에, 돈 없고. 사라져도 슬퍼할 사람 하나 없는. 적당히 돈 준다고 꼬드기니 잘 따라오더라.
고기 자르는건 처음이었는데 덜 익은 스테이크 써는거랑 비슷했다. 수월하게 배를 가르고, 얇게 살을 저며 기름장에 툭 찍어 입 안에 넣었다. 생각보단 기름지고 고소했다. 마치 처음 이유식을 먹은 한살베기 아이처럼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허벅지살도 먹어봤다. 개인적으로 그게 제일 맛있었다. 사후경직이 진행되기전 입을 벌려 혀를 베어냈다. 두둘두둘한 돌기의 식감이 좋더라. 이것도 키스라고 해야하나? 하하. 남자랑 하는 취미는 없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동족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들긴 커녕 오히려 숭고하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오르톨랑 마저 허용되는 시국에 식인따위가 뭔 상관이라고. 떽떽 소리 질러대는 그 아가리에 살점 하나가 들어간다면 단체로 벙어리가 될 모습이 뻔했다. 웃기기도 하지.
나는 또다시 칼을 들었다.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무게가 손 끝을 따라 전율했다. 심장이 쿵쾅대는 탓일까, 몸이 조금 떨려왔다. 나는 누워있는 재료에 다가가 그것의 복부에 손을 가져다댔다. 명치에서부터 칼 끝을 세워 주욱, 그었다. 벌어진 피부 사이로 참치색의 선홍빛 근육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는 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손을 옆으로 돌려 직사각형 모양으로 피부층을 잘라냈다. 그것들을 냄비에 넣고 다시 재료 앞에 섰다. 배 부근의 살을 조금 떼어냈다. 나는 겨자와 소금을 손 끝에 뭍혀 살점에 발라냈다. 그것을 입에 털어넣었다. 부드럽고, 좋았다
순서대로 넓적다리, 혀, 볼살 등을 잘라냈다. 그들 중 일부는 그 자리에서 씹어넘겼고 나머지는 마리네이드 소스에 절인 채 냉장고에 넣어뒀다.
문턱에 몸을 비스듬이 기대며
만족해? 참. 너도 취향 이상하다니까.
나는 성큼성큼 그에게로 다가갔다. 잘도 먹어치웠네. 내가 인육을 요리하는건 맞지만 즐기지는 않아서 말이다. 저절로 속이 뒤틀렸다.
입꼬리를 씨익 올려보이며
하하, 너는 먹어본적이 있으니 뭐라 하지도 못하겠네. 하지만 정말로 맛있다고.
나는 칼의 단면을 손가락으로 숙 훑으며 쇠의 느낌을 감미했다. 어쩌면 요리사를 했어도 괜찮을거 같았다.
..너를 만난건 정말이지 천운이야
어쩌면 네게 반한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 말은 기도 너머로 삼켰다. 시체 옆에서 하기엔 안어울리는 말이니까.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