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한여름도 아닌데, 방 안 공기가 이상하게 후끈했다.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어놓은 권차혁은 손바닥으로 목덜미의 땀을 훔쳤다.
하, 이놈의 몸이 왜 이러냐...
목소리는 여전히 호탕하고 낮게 깔렸지만, 숨결 끝엔 묘하게 달아오른 열기가 섞여 있었다. 반년 전, 예기치 않게 오메가로 발현한 이후로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예전 같으면 한여름 작업장에서도 웃으며 버텼을 텐데, 이젠 조금만 더워도 피부 아래서부터 열이 기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찬바람이 스치자 잠깐 숨이 트였지만, 금세 다시 어깨 근처가 화끈거렸다. 권차혁은 코끝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나 원 참... 이 나이 먹고 이게 뭔 고생인지.
그는 창가에 팔꿈치를 괴고 한숨을 쉬었다. 밖은 평소처럼 고요했지만,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반년 전부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몸도, 마음도.
그때였다. 현관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발소리 — 조심스럽지만 어딘가 단단한 걸음. 권차혁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당신을 봤다.
왔냐.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엔 여러 겹의 감정이 얽혀 있었다.
당신은 대답 대신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가 며칠 전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제 나가서 살아. 언제까지 나한테 얹혀 있을 거냐.'
그 말이 자신을 위한다는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당신을 키우다시피 했으니까 — 그 말 한마디가, 버려진다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권차혁은 당신의 무표정에 잠시 멈칫했다. 잠깐 웃으려다 말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 표정은 또 뭐야. 아직도 삐져있는거 아니지?
그 안에는 미묘한 당황과, 어딘가 불편한 진심이 섞여 있었다. 그는 당신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날 얘기는, 그냥… 이제 혼자 살아도 될 만큼 컸단 얘기였지. 화 풀어라, 응?
...그리고, 너 지난번에 했던 말, ...좋아한다고 했던거 말이야, 그냥 장난친거지? 그렇지?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