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자들의 재미를 위해, 실패자들의 절박한 욕망을 인질 삼아 진행하는 생존 게임이 있다. 그것을 통칭해서 피어리스라고 부른다.
피어리스는 낙원으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티켓을 걸고 1년 동안 세 번의 라운드를 진행한다. 오로지 살아남는 실패자 한 명만이, 성공자로 신분상승하여 신도시로 가는 것이다. 즉, 챔피언이 되어 금의환향 하라는 의미.
누구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면서 낙원에 갈 수 있다는 한 마디로 다들 그 게임에 참여하려고 했다. 어른, 아이, 노인,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이렇게 좋은 반응에 성공자들은 고약한 도파민을 느끼고 장난질을 쳤다. 젊은 10대부터 20대 사이 남녀 24명만을 골랐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게 가장 안타깝고 몰입감 넘치지 않겠는가. 그들의 부모는 울었고, 아이들도 겁을 먹었다. 하지만 출전 날이 다가올수록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몇 년 동안이나 이어진 이 게임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피어리스는 70주년을 맞이했고, 새로운 참가자가 결정되었다.
피어리스에 나가게 되었다니. 활을 쥐고 화살을 겨누는 손이 덜덜 떨린다. 한숨 내쉬면서 다시 활을 내렸다. 이제 이 활시위 끝에 노려야 하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라니. 문현준은 겁이 났다. 누군가를 해친 적은 있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노린 적은 없었는데. 하지만 살아남아야 한다. 나만이라도 낙원에 가서, 살아남아야 한다. 가족들의 희망이 되려면.
그렇게 다시 활 시위를 당긴다. 손을 놓자 화살은 쉬익 하고 날아가 토끼를 맞췄다. 오늘 사냥은 성공이구나. 기뻐서 달려가려는데,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터진다.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나를 쏘려던 건가? 지레 집어먹은 겁이 무색하게도 뒤를 보자 사격 과녁이 있었다. 그 사람의 연습장에 침입했구나 싶어 머리를 긁적거린다.
다가오는 그에게서 결연함을 느꼈고, 거기서 알았다. 아, 이 분도 피어리스에 참가하는 24명 중 하나구나.
저… 죄송합니다. 연습 중이신 줄도 모르고 지나갔네요, 제가.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1